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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말 괴로운 표정으로, 힘겹게 말했다. (중략)
사람의 약점은 저마다 다르다.
-
그러고 보니 웃으면서 밤길을 걸어 돌아올 때, 이렇다 할 일이 없었는데도 나중에 되돌아보면 아주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 나날도 이제는 끝이다. 헤어질 때가 되면 늘 좋은 일만 많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추억은 언제나 특유의 따스한 빛에 싸여 있다. 내가 저세상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이 육체도 저금통장도 아닌 그런 따스한 덩어리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세계가 그런 것들을 몇 백 가지나 껴안은 채 사라진다면 좋겠다. 이런저런 곳에 살면서 쌓인 갖가지 추억의 빛을 나만이 하나로 이을 수 있다. 오직 나만이 만들 수 있는 목걸이다.
-
"흠, 그렇구나. 너, 뭐 좋아하는 건 있어?"
"오코노미야키 굽고 야키소바 볶는 것과 가게."
"천직이로군. 알 만하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자기 방으로 걸어갔다.
나는 아픈 데를 찔렸다고 생각했다.
내가 더부살이를 하거나 아는 사람 집에 신세를 지고 또 누군가와 집세를 나눠 내며 산 것은 이모와 이모부를 내 부모라 여기고 싶지 않아서였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지만 양녀로 그 울타리 안에 쏙 들어가기는 싫었다. 그런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해결되는 것은 싫었다.
그럼에도 일이며 가족이랄 수 있는 사람들이며 이대로가면 평생 변함없을 내 인생, 그나마 사는 곳이라도 미련없이 바꿔 가며 자신을 알고 싶어서, 지난 십 년 동안 늘 누군가와 함께 살았다. 그것도 처음에는 집에서 나가고는 싶은데 돈은 없어서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중략)
이모와 이모부는 나를 무척 사랑해 주었지만,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사정이 있고 앞일은 알 수 없었다. 만약 나쁜 사정이 겹치면 가게를 물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
-
데이지의 인생, 더부살이. 요시모토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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