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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을 안하는 거지?"

 

 "왜 일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건 내 탓이 아니야. (중략) 나는 원래 게으른 편이야. 아니, 자네와 가깝게 지내던 때부터 나는 게으름쟁이였어. 그때는 억지로라도 자신만만해했으니, 자네에게는 재능 있고 유망하게 보였을 거야. 그야 물론 지금이라도 일본 사회가 정신적, 도덕적, 구조적으로 대체로 건전하다면 나도 예전처럼 유망한 사람이 될 수 있겠지. 그렇기만 하다면 할 일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그리고 태만한 내 성격을 극복해 낼만한 자극도 또한 얼마든지 생길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이 상태라면 안돼.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나는 오히려 나 자신만을 위해 살 수밖에. 그래서 자네 말대로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그 안에서 나에게 가장 적합한 것과 접촉하며 지내는 것에 만족하고 있네. 나서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내 생각을 따르도록 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니 말일세."

 

 "그거 재미있는데. 무척 재미있어. 나처럼 구석에 처박혀서 현실과 싸우고 있는 사람은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네. 일본이 빈약하다든지 겁쟁이라든지 하는 것은 일하고 있는 동안은 잊어버리게 되지. (중략) 누구든 바쁠 때는 자신의 얼굴 따위는 잊어버리게 되지 않겠나?"

 

  "일하는 것도 좋지만, 만일 일을 한다면 단지 생활만을 위한 일이어서야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없지. 모든 신성한 일이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빵과는 무관한 법이야."

 

  "왜일까?" 라고 물었다.

 

 "왜냐니, 생활을 위한 노동은 노동을 위한 노동이 아니니까."

 

 "요컨대 먹고살기 위한 직업에는 성실하게 매달리기가 어렵다는 의미지."

 

 "내 생각과는 정반대로구먼. 먹고살기 위해서니까 맹렬히 일할 생각이 일지 않을까?"

 

 "맹렬히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성실하게 일하기는 힘들지. 먹고살기 위해 일한다고 하면 결국 먹고사는 것과 일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목적이라고 생각하나?"

 

 "물론 먹고사는 쪽이지."

 

 "그것 봐. 먹고사는 것이 목적이고 일하는 것이 방편이라면, 먹고살기 쉽게 일하는 방법을 맞추어갈 것이 뻔하지 않겠나? 그러면 무슨 일을 하든 개의치 않고 그저 빵을 얻을 수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노동의 내용이나 방향 내지는 순서가 다른 것의 간섭을 받게 된다면 그러한 노동은 타락한 노동이라 할 수 있지."

 

 

 

 

 

 

 

 

 

 

 

 

 

 

-

그 후, 나츠메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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