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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해도 아직은 그 인식과 경험의 틀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처음이라 그랬던 게 아니라 몇 곳을 더 경험하고 돌이켜봐도 일본이라는 공간이 나에게는 잘 맞았던 거 같다. 유럽에 대한 로망은 '옷 잘 입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오랜 역사가 삶에는 어떻게 구현될까, 베어있는 자유로움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였지 그 유구한 역사와 건물과 웅장함과 부러움 그런게 아니었다. 무엇 하나가 특별나서가 아니라 틀 안에서 성실하게 사는 일상과 햇빛이 드는 창이 없는 베란다와 제 무게만큼만 지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삶. 오랜 역사나 건물도 좋지만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존재해온, 나를 안심시키는 몇 개의 이름들과 손에 닿는 거리에 있는 세간과 이동거리. 정규 교육과 비교적 평범한 일들, 낮과 밤이 다른 도시의 삶. 그런 시스템들이 나에게는 의욕을 준다. 그렇다면 나도 한 번 해보자, 라는 삶의 다짐. 사진으로 찍으면 유럽같은 멋지고 황홀한 풍경도 많았음에도 그래서 나는 공사중인 대도시 베를린에 가장 매력을 느꼈던 거 같다. 똑같아 보이는 도시 안에도 단 한 사람도 같지 않게 살아간다. 그 이야기와 삶이 궁금하다. 대단한 건물이나 위대한 한 인간의 역사가 내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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