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온갖 것들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 이윽고 에리가 입을 열었다. "하나의 일은 다른 여러 가지 일들과 연결되어 있어. 하나를 정리하려 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것들이 따라와. 그렇게 간단하게는 해방될 수 없을지도 몰라. 너든, 나든." "물론 간단히 해방될 수 없을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해서 문제를 얼렁뚱땅 내버려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기억에 뚜껑을 덮어씌울 수는 있다. 그러나 역사를 숨길 수는 없다. 내 여자 친구가 한 말이야." "나에 대해서는 이제 마음에 두지 마. 난 그럭저럭 가장 위험했던 시기를 이겨 냈어. 밤바다를 혼자 헤엄쳐 건널 수 있었어. 우리는 제각기 있는 힘을 다해 각자 인생을 살아왔어. 그리고 긴 안목으로 보면, 그때 혹시 잘못 판단하고 다른 행동을 선택..
우리가 제주도로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결혼하고 해외에서 생활할 것이기 때문에 신혼여행으로 멀리 다녀오는 것은 피곤했다- 국내에서 처리할 일들도 있었고 - 더불어 해외에 나갈 때까지 한국에 지낼 독립된 집이 없었다 - 시댁에서 계속 살자니 안살아봤지만 불편할 거 같고 - 서울에서 단기 렌트를 하자니 비쌌다, 새로울 것도 없고. - 그렇다고 각자 살던 집에서 따로 살자니 이건 결혼한 의미가 없는 거 같고 - 그래서 신혼여행 기간이 길어졌고 - 가을 제주도가 참 좋다더라 하고 결정했다- 운전 연수가 필요했다 제주도가 주는 메리트 - 국내기 때문에 공인인증서, 핸드폰 등 뭐든게 가능했다 - 음식이 잘 맞고 말도 통한다 - 요즘 한달 살기가 유행이라 정보가 많았다 - 너무 도전적인 모험은 아니었다 (로..
2009년 5월 2일 종일 집에서 독서, TV, 아내와의 대화로 소일. 조용하고 기분 좋은 5월의 초여름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이고 아내와 좋은 사이라는 것이 행복이고 건강도 괜찮은 편인 것이 행복이다. 생활에 특별한 고통이 없는 것이 옛날 청장년 때의 빈궁시대에 비하면 행복하다. 불행을 세자면 한이 없고, 행복을 세어도 한이 없다. 인생은 이러한 행복과 불행의 도전과 응전 관계다. 어느쪽을 택하느냐가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 +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아내와 좋은 사이라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제 머리와 마음으로 느끼고 감사할 수 있는 노년, 늙음과는 어울리지 않도록 푸르른 5월의 초여름에 쓰여진 글이라 코 끝이 찡하다. 좋은 사람으로 살다가 늙었을 때이건 지금이건 행..
누군가 나를 위해 글을 써주었다. 그것도 우리 아빠가 나를 위해서. 김소연 시인이 그랬다, 시는 참 좋은 거라고. 소설이나 이야기에서 자신의 이야기 라는 걸 감지했을 때는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보았는데 글쎄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그런데 자기도 늘 주변의 누군가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고 했다. 그런데 글의 주인들은 늘 만나면 하나같이 기뻐했다고. 아, 시는 참 위대한거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헌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 멋지구나 생각했다. 아주 옛날에 아빠가 나를 위해서 글을 써줬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그런 일이 있었구나 생각했다. 늘 왜 생각과 삶을 그렇게 멀리 두고 있을까? 바코드도 2로 시작하는 품절된 옛날 책. 나는 책을 다루는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했고 그렇지만 책을 한번도 그저 하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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