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인생만 살다 보면, 자신이 뭐가 하고 싶어 이곳에 있는지 점점 알 수 없어진다. 아무튼 살아보자고,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때로 이렇게 사는 것은 느린 자살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 취직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다. 상대도, 굳이 말하라면 이 사람이겠지 하며 오래 사귀어 온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순순히 취직하고 결혼할 마음이, 도무지 들지 않는다. 가족의 과거로부터 혼자만 도망쳐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군가를 내 인생에 끌어들이기가 무섭고,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싶지도 않다. - 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 버틴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하고 싶은 일을 ..
그런 모습이 듬직하기도 하고 조금은 애처롭기도 했다. 마치 공유하는 것처럼 지내고 있지만 나만의 무거운 문제라는 사실이 새삼 떠올라,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무엇이든 혼자서 해 왔지만 사실은 사춘기 때도 보살핌을 받고 싶었나 봐. 어디를 가든 누가 같이 가 주고, 함께 생각해 주고, 끈기 있게 옆에 있어 주기를 바랐는데. 그것은 사치스러운 일이지만 또 당연한 일이기도 하니까, 내가 원한 것은 아마도 그뿐이었으리라. 그것을 지금 받고 있는 것이다. 가정이 붕괴된다는 건 원래 있던 것이 조금씩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이런 미래가 오려나, 하면서 모두가 막연하게 품고 있던 것이 환상이었음을 알고, 들판에 내버려져 점차 헐벗어 가는 것이다. 나만큼 크게 망가진 사람도 좀처럼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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