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머리가 자라고 있고 갑자기 일본어를 쓸려고하니 되도 않는 영어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일본인 부부 쉐어 메이트를 구하면 좋을텐데 하고 잠시 생각해봄. 매일 3시간씩 일대일 수업을 한지 5일째. 숙제도 매번 해가고 아주 기초적이지만 늘 헷갈렸던 부분이 조금씩 명쾌해지고 있어서 좋다. 배움이 아니라 연습을 하러 온거라고 하지만 그래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때라는 옛말을 생각해보며. 잘 알아듣고 잘 말할 수 있는 날은 기분이 좋고 어떤 날은 그나마도 막혀서 참 답답하고 조금 창피할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일대일 수업이 최고라고 생각 중이다. 처음 필리핀에 왔을 땐 기대감도 없었지만 역시 시간이라는 건 참으로 미묘한 것이라 적응하고 아주 기분 좋은 바람이 불때면 언젠가는 이 곳과 여기에서의 생활이 그리워..
잃어버린 많은 것들 중에 제일 많이 생각나는 것과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 그 두개가 같지는 않지만 잃어버려서 괜찮은 건 아니지만 이토록 태연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 그때 내게는 비현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잃어버려서 다행인 것들도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립지만 그립다는 말 외에 현실로 되돌리고 싶지 않은, 그때 거기에 있어주어서 고맙다는 감각이었다. + "고맙습니다."내가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언젠가는 그리워질 거야." + "우리 엄마 만나고 싶니?" 하고 물었더니,"그런 감정은 없어. 기지타네 집 아기를 만났으니까 이제 됐어. 내 기억이 진짜라는 것도 알았고."주이치로는 그렇게 말했다. 감정이 남아있지 않다는 말은 그런 뜻이라고 했다. 만약 그런 게 남아있었다면 내가 아니라 우리 엄마를 먼저 만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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