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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머리가 자라고 있고 갑자기 일본어를 쓸려고하니 되도 않는 영어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일본인 부부 쉐어 메이트를 구하면 좋을텐데 하고 잠시 생각해봄. 매일 3시간씩 일대일 수업을 한지 5일째. 숙제도 매번 해가고 아주 기초적이지만 늘 헷갈렸던 부분이 조금씩 명쾌해지고 있어서 좋다. 배움이 아니라 연습을 하러 온거라고 하지만 그래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때라는 옛말을 생각해보며. 잘 알아듣고 잘 말할 수 있는 날은 기분이 좋고 어떤 날은 그나마도 막혀서 참 답답하고 조금 창피할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일대일 수업이 최고라고 생각 중이다. 


처음 필리핀에 왔을 땐 기대감도 없었지만 역시 시간이라는 건 참으로 미묘한 것이라 적응하고 아주 기분 좋은 바람이 불때면 언젠가는 이 곳과 여기에서의 생활이 그리워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시원한 바람은 내게 기억을 환기시키는 어떤 매개체인 것 같기도 하다. 자전거를 타고 야트막한 동네 언덕을 내려갈 때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좋았다. 코너를 돌고 몇 번 내달리면 전혀 다른 풍경으로 넘어갔다. 어떤 날은 밖으로 밖으로 폐달을 밟아서 노을 가까이까지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세로 달리기도 했다. 그 끝엔 뭐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친구가 온다고해서 집에서 쉽게 닿을 수 있는지 확인 차 호텔까지 달렸던 거 같다. 큰 길은 한참 공사 중이었고 그 길을 건너 호텔 밑 자판기에서 자전거에 걸터앉아 시원한 음료 한잔을 뽑아서 마셨던 거 같기도 하고. 그 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신주쿠까지 닿을 수 있었는데 그 길을 그렇게 자주 가지 않았던 거 같다. 사이제리아하고 모스버거가 있고 맞은 편엔 부동산, 작은 회사들 같은 평범한 풍경. 한국으로 돌아와 취업 준비 하면서 일본 내 구직 자리를 보면 그 길을 지나가면서 보았던 작은 회사들이 생각났다. 아마도 이름도 모르는 회사인걸 보면 그런 데 있는 게 아닐까 하고. 그런 직장에 취직하고 거기에 사는 삶은 어떨까 생각했던 거 같다. 언젠가 이렇게 뜬금없이 이 곳을 기억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 계기는 뭘지 사뭇 궁금해진다. 


오늘은 신랑과 가벼운 싸움이 있었다. 결혼 전보다 확실히 자주 싸운다. 이 싸움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어쩌면 이건 좋거나 나쁜 것의 문제가 아니고 그저 어떤 과정일지도 모른다. 연애하면서 = 떨어져 살면서는 몰랐던 것들, 보기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마주하는 동시에 매일 매일 붙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걸지도 모르고. 또 하나의 이유는 아무래도 서로에 대해서 알아갈 수록 그 사람을 판단하거나 이미 판단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싸우는 거 같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한 번 자세하게 생각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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