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그런 학생으로 지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데 온 힘을 기울였고, 그저 그런 청년으로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 하려고 노력했다. 직업을 찾기 보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마흔 이전에는 절대로 절망하면 안 되고,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체념해서도 안 되는 거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낭비해도 괜찮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낭비를 낭비로 느낀다면 곤란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어렸을 때부터 낭비를 생활화해왔다. 시간을 절약한다거나(아니, 그 많은 시간을 왜?) 잠을 줄인다거나(아니, 푹 자도 시간이 남던데) 하는 일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선택하기 위해 결정하는 방식은 언제나 똑같다. 하나를 취하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버린 것은 돌..
“고마웠어요”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 김혜린. 하지만 누구에게 별도로 배운 것은 아니어서 시작은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니까, 앞 뒤 생각할 거 없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까 덤벼든 거죠. 특별히 엄청난 계기라든지 그런 게 있었던 건 아니고요. 자연스럽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용감한 짓이었는지도 모르죠. 특별한 훈련을 한 상태도 아니고. 저 나름대로는 어릴 때부터 계속해서 쓰고 그렸던 게 훈련이었는지도 모르고. 굉장히 미숙한 상태로 시작했죠. 요즘 같으면 그런 상태로 시작은 못하겠지. 좀 더 전문적인 훈련을 했어야 하겠지만 그땐 80년대 초니까. 그렇게 해서 시작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전형적인 코스도 아니고 제 마인드도, 작품도 들쑥날쑥, 제가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말고...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습니다. (블라블라) "엄마는 들지도 않을 가방을 왜 그렇게 자꾸 만들어?" 들지도 않고 쟁겨두기만 하는 가방을 만들고, 또 만들고 하는 엄마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투였습니다. 내가 말했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기회라는 게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거든. 엄마는 만드는 걸 좋아하고, 자꾸 아이디어가 떠오르고...그러니까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만드는 거야. 언젠가 내게 기회가 왔는데 보여줄 것이 전혀 없으먼 무슨 소용있겠니?" 그 기회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나도 잘 몰랐습니다. 그것이 끝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략) 여자의 삶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결국 할 것은 하게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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