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같이 죽겠다고 말해줘."성진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미쳤냐? 내가 왜?"정연은 실망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다 까먹었구나. 하긴, 같이 을 본 것도 잊었으니까. 오빠는 방콕에서 만났을 때부터라지만, 나는 그때부터였는데. 우리 둘이서 아현동 어두컴컴한 비디오방에 앉아서 그 대사를 들을 때 부터. 왜, 의 첫 장면에서 임청하가 그러잖아. 내가 죽으면 같이 죽겠다고 말해줘. 죽음 뒤의 적막을 견딜 수 없을 테니까."스무 살 무렵의 언젠가처럼 정연이 대사를 읊조렸다."잠꼬대 같은 소리네.""지금 들어보니까 그렇네. 그땐 그런 대사들, 다 내 것 같았는데.""그게 그렇더라구. 어릴 때만 해도 인생이란 나만의 것만 남을 때까지 시간을 체로 거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른이 되고 보니까 그게 ..
클레어 식의 사고방식이 나쁘고 필의 사고방식이 더 좋은 건 아니지만 둘이 다르고 그런 둘이 아이들을 키우기 떄문에 균형감을 가지고 지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은 필과 같은 유형이셨다. 클레어 같은 방식으로, 아이가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키우는 부모도 많을 것이다. 나 스스로도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부모인지 잘 모르겠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나 자신이 아이를 키울 때는 달라질까? 조금 더 이해하고 그 사람이 행복하길 응원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해보면 나는 꽤 많이 참는 사람이다. 그래서 언젠가 기도할 때,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종류의 불행이나 마음을 너무나 참지 않는 아이가 되길 바랐다. 호진이는 참을 성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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