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간의 마닐라 생활이 끝나간다. 목요일에 옷을 정리하고 오늘은 부엌을 정리했다. 크게 보면 두 파트 밖에 없는데도 어찌나 짐이 많은지. 올때는 26키로그람으로 왔는데 갈때는 더 가벼워야하는데 왜 이렇게 가방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짐이라고 늘어난 건 튜브랑 물놀이 용품, 안경 말곤 없는 거 같은데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욕실은 오늘 저녁, 내일 아침 샤워를 하면 샴푸랑 치약이랑 몇 가지를 챙기고 버리면 될 듯 하다. 낭비도 안하고 필요없는 것도 제때 버리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버리기를 한 가득. 매번 이렇게 버리는데도 대체 왜 가방은 무거운걸까. 신랑보다야 많지만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 옷이 많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옷은 무거운지. 중요한 건 챙긴다고 챙겨도 왜 매번 다른 가방에 넣어두고 허둥..
부모님의 뒤를 잇고 싶지 않아 엄청나게 절약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다는데, 그의 생활은 실제로 그런 느낌이었다. 대학 시절에 돈을 모아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지 않으면 싫으나 좋으나 롤 케이크를 구워야 하는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절박함이 이었다. 앞날이 정해져 있는 사람 특유의 고단함이 그의 아르바이트 인생에서 묻어났다. "나는...... 나는 정말 마음씨가 좋은 사람인 것 같아.""알아."길거리를 같이 걷기만 해도 그의 반듯한 성장 과정과 고운 마음씨를 금방 알 수 있었다. 가령 공원을 거닐 때, 바람에 나뭇잎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빛도 흔들린다. 그러면 그는 아스라한 눈으로 '아, 좋다.' 하는 표정을 짓는다. 어린아이가 넘어지면 '저런, 넘어졌네.' 하는 표정을 짓고, 그 아이를 엄마가 안아 일..
사는 게 즐거웠어. 그때 내 곁에 네가 있었다면. 정말 아쉬워. - 첨밀밀에 나오는 대사. 본지 얼마 안됐지만 기억이 안난다. 장만옥이 한 말일까 여명이 한 말일까.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와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활기가 돌던 그 시점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보낸 순간에 묻어나는 아쉬움. 그렇다면 여명이 한 말이겠구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 너를 사랑하던 순간으로는 말이지. 나는 왜 늘 무언가를 함께 하고 싶을까 아마 같이 가고 싶어서. 혼자서 저 멀리로 달려가 버리지 않기를. 이번 사랑은 허망해지지 않도록, 하고 모두가 바라지. 그 끝을 알 수 없지만 결국은 사랑하고 싶어져 버리는 거지. 그 끝이 보인다고해도 달려가고 싶은게 사랑이라고 엄마는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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