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다.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온 지도 어느덧 212일 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쓸 수 있을만큼 한가해서 부지런 한 날들이 성큼 지나가고 그 자리엔 오랜 무기력이 찾아 들어왔다. 겨울을 보내면 그 마음도 다른 곳을 향해 갈까? 최근들어 느낀 감정에 대해서 솔직해 보자면, 대부분의 시간에 거의 아무 생각이 없다. 생각을 하거나 기억을 하는 일에 무감해졌다. 궁금한 것도 별로 없다. 오랫동안 체념하지 못했던 것들에게 완전히 희망을 버렸는데 슬프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불쑥 화가 나는 일들은 있다. 성공이라는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성취와 증명. 내가 하고싶던 일을 해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나는 해내지 못했다는, 아니 시도 하지도 못했다는 패배감에 입맛이 쓰다. 뒤쳐진다는 열등감보다도..
허탈감과 무력감에 빠지기는 했지만 아무 것도 하기 싫은 그런 상태는 아니다.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에 대한 흥미를 잃었을 뿐, 뭔가 새롭고 구체적인 것이 나타나면 지금이라도 벌떡 일어나서 달려 갈지도 모른다. -strange days, 무라카미 류. + 지금 나를 표현하는 문장. 이 문장을 찾으려고 옛날 미니홈피를 찾았다. 사실 책 이름도 알고 있었는데. 이 글을 올린 날이 2005년 8월 3일, 제목은 2009년 7월 28일. 난 주로 여름에 무기력해지나보다. 여름에 오는 무기력은 더 견디기 어려운 감정인 것 같다. 나 빼고 세상 모두가 싱그럽고, 비가 오는 날도 있지만 비가 그치면 훌쩍 커있으니까. 나 빼고 그렇게 무럭무럭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게 괴롭다. 못해도 된다고 나를 다독일 수 있을까.
용서할 줄 모르는 사랑은 참사랑이 아닙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용서한다고 말하지만 마음 안에 미움의 뿌리를 그대로 나둡니다. 용서에 인색한 근본적 이유는 나 자신이 얼마나 용서 받아야 할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먼저 나 자신이 용서 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남을 용서하고, 사랑도 할 수 있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한 짐은 아무리 크더라도 무겁지 않습니다. - 사랑은 한편으로 무기력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총도, 칼도, 대포도 못하는 일을 이것은 할 수 있습니다. (중략) 오직 사랑뿐입니다. 사랑만이 인간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사랑은 때로 고통스럽습니다. 이용당하고 짓밟힐 수도 있고, 배반당할 수도 있습니다. 끝까지 부드럽고 순결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예삿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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