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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시드니

160901 : 밑도 끝도 없이

김곰곰 2016. 9. 1. 21:46
구월이다.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온 지도 어느덧 212일 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쓸 수 있을만큼 한가해서 부지런 한 날들이 성큼 지나가고 그 자리엔 오랜 무기력이 찾아 들어왔다. 겨울을 보내면 그 마음도 다른 곳을 향해 갈까?

최근들어 느낀 감정에 대해서 솔직해 보자면, 대부분의 시간에 거의 아무 생각이 없다. 생각을 하거나 기억을 하는 일에 무감해졌다. 궁금한 것도 별로 없다. 오랫동안 체념하지 못했던 것들에게 완전히 희망을 버렸는데 슬프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불쑥 화가 나는 일들은 있다. 성공이라는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성취와 증명. 내가 하고싶던 일을 해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나는 해내지 못했다는, 아니 시도 하지도 못했다는 패배감에 입맛이 쓰다. 뒤쳐진다는 열등감보다도 속이 쓰린 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 쉬면서 충분히 채우고 싶었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몇날 몇일이건 고요하게 쉬는 능력을 가지고 싶었다. 쉬는 건 잘 하게 되었지만 아직 취미는 찾지 못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은 역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초조함을 남긴다. 남은 124일 동안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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