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이 풀리고, 이 공간의 부자연스런 침묵의 의미를 깨닫는다. 공기가 이별을 들이마시고 조용히 고여 있다. 어제까지 이 시간이면 같은 지붕 아래에서 잠잤던 사람이, 아마도 영원히 그 생활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언어로 표현하려 해도, 압도적으로 밀려오는 외로움은 감당하기 벅찼다. - 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민음사. + 이 책을 샀던 날을 기억한다. 친구들에게 빌려서 바나나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참 좋았는데, 내가 가지게 된 첫 바나나 책이었다. 가능하면 오래 읽고 싶어서 가장 두꺼운 책을 골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고등학생이라 돈도 없고 대학 입학을 앞둔다고 하기에도 참 애매한, 수능이 막 끝난 시점이었던 거 같다. 나는 논술 같은 것도, 실기도 없어서 낮에는 학교에 가고..
사랑에 무소식이 희소식은 없다. 소통의 단절은 사랑의 끝. 내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그 "어릴 적부터 품어온 꿈"이 왜 갑자기 지금 이 시점에서 자네 마음속에 자리를 넓혔으냐, 하는 점이야. 첫 직장에서 한창 적응해야 할 시기에 말이지. 그래서 꿈을 말하기 전에 일단 스스로를 돌아보았으면 좋겠어. 그 꿈이라는 놈이 실은 치열한 생활을 방해하는 훼방꾼은 아닌지, 고단한 자네의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핑계는 아닌지. 이봐, 나는 사장님 편이 아니라 자네 편이라고. 나는 다만 자네가 스스로를 좀 객관적으로 바라보았으면 하는 것뿐이야. 왜 회사를 떠나고 싶은지, '꿈'처럼 아름답지만 모호한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최대한 차갑고 분명한 단어로 스스로를 냉정철하게 돌아본 후, 결단 내리기를 바라는 것이지. 그래야 후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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