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의 세계 과거의 어떤 이미지에 대하여 심각하게 사고를 거듭하다 보면 그것이 미묘한 형태로, 더구나 본질을 꿰뚫고 있음을 깨닫는 일이 있다. - 사소한 흥분이나 치졸한 지식이 그 귀중한 속삭임을 납작하게 짓뭉개버리고 만다. 무릇 젊음이란 육체와 정신의 허세이며, 혹은 그 반대로 세상물정 모르고 벌여놓은 일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미숙함의 상징이 아닌가. + 밤의 빛 산촌의 밤은, 해가 떨어진 그 순간 느닷없이, 깊은 수조 가득 채워진 물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것 같은 놀람과 함께 찾아온다. - 차이가 터무니없이 크고, - 마음 한구석에는 '바보 같은 짓'이란 생각이, 다른 한구석에는 나 자신을 비웃고 있는 웃음이 자리하고 있지만, 나머지 팔 할은 완전히 불미스러운 밤의 페이스에 빨려들어가 있다. ..
'탈(脫)샐러리맨'의 변 십여 년 전 텔렉스 오퍼레이터로 모 회사의 통시과에 근무하던 시절, 나는 어떤 선배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흠칫 놀란 일이 있다. "그럼, 자네한테 무슨 다른 재주라도 있단 말이야?" 그야말로 선배의 말씀 그대로였다. 당시 나는 간신히 텔렉스로 송수신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밖에 없었고, 세상이 인정해줄 만한 특기는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별 의미도 없이, 하품을 하듯 "이런 일은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중얼거린 내게 선배가 그런 말을 한 것이다. 그때서야 나는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고, 그 다음부터는 그런 류의 불평을 두 번 다시 늘어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말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내 인생은 별볼일 없이 끝나고 말 것이란 초조함을 느꼈다. 그러나 또 한 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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