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이 죽었다. 화분을 가져다 버린 건 벌써 지난 주의 일이다. 잘 키워보려고 애썼는데 결국은 죽고 말았다. 처음부터 잎이 시들시들한 게 병든 것 같았는데 벌레는 먹은 거라고 하셔서 그러려니 했는데 역시 처음부터 아팠던 게 아닐까. 잘 키워보려고 벌레 먹은 잎을 떼어주고 나니 대머리가 되었다. 그리고는 날이 너무 더웠던 게 문제였던걸까. 물도 주고 집 안으로 사는 곳도 바꿔주었는데 초파리가 꼬이고 새로운 잎도 생겨나지 않았다. 바질이 죽고 청소를 하고 이불을 바꿔끼고 계절이 바뀌고 있다. 아직도 간간이 에어콘을 키곤 하지만 그래도 입추가 지나고 비가 오고나서 확실히 공기의 온도가 다르다. 무엇이 목표를 이루는데 가장 현명한 방법인지 바질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영어 수업을 하기 싫다기 보다는 하고..
앞머리가 자라고 있고 갑자기 일본어를 쓸려고하니 되도 않는 영어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일본인 부부 쉐어 메이트를 구하면 좋을텐데 하고 잠시 생각해봄. 매일 3시간씩 일대일 수업을 한지 5일째. 숙제도 매번 해가고 아주 기초적이지만 늘 헷갈렸던 부분이 조금씩 명쾌해지고 있어서 좋다. 배움이 아니라 연습을 하러 온거라고 하지만 그래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때라는 옛말을 생각해보며. 잘 알아듣고 잘 말할 수 있는 날은 기분이 좋고 어떤 날은 그나마도 막혀서 참 답답하고 조금 창피할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일대일 수업이 최고라고 생각 중이다. 처음 필리핀에 왔을 땐 기대감도 없었지만 역시 시간이라는 건 참으로 미묘한 것이라 적응하고 아주 기분 좋은 바람이 불때면 언젠가는 이 곳과 여기에서의 생활이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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