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지내던 생활과 날씨와 부족함까지도 그리워졌다. 그리워할만큼 정이 붙을만큼 오래도 아니었고 있는 동안은 내내 가족 생각에 갈팡질팡했는데 돌아와보니 한 발자국 멀리 떨어져서 외롭지만 천천히, 둘이서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이민이라는 생활 자체가 우리에게는 잘 맞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를 하는 것도 부담이 되기 보다는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무언가 배우고 열심히, 잘, 한 번 더 치열하게 지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꽤 오래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치여살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직장 생활도 앞으로 몇 년간은 고생할 준비가 되었다. 바탕을 두고 사람을 만나고 배우고 성장해서 언제 어디서든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한다. ..
금요일이다. 일을 시작한 지 꼭 한달이 되었다. 네 번의 목요일을 지나면서 이제 드디어 조금 일에, 피곤함에 적응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만큼 피곤해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도 그랬고 지난 주만 해도 수요일부터는 서서히 방전되서 월화와 목금의 작업 시간 차가 한 시간씩 났었는데 이제 거의 비슷하게 마무리 할 수 있어서. 하지만 어제, 오늘 이틀 연속으로 근무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오늘은 버스에서 둘이 머리를 부딪혀 가면거 자다가 집에 오자마자 십분만 누워있자 하다가 깜빡 잠이 들어서 눈을 겨우 떠보니 깜깜 밤이 되었다. 화장을 지워야한다는 생각으로 물먹은 휴지같은 몸을 이끌고 일어났다. 시장 본 걸 냉장고에 넣는 것도 잊고 있었다. 당근과 시금치, 연어가 비싸서 대신 직접 만들어서 신선해보이는 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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