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환상과 꿈, 아름다움, 비극, 무지개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면 할아버지는 적금과 등산, 단골손님, 소갈비, 독감 예방주사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할머니는 남편과 삶을 공유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보일 때마다 모욕과 비웃음을 당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마음을 감추게 되었다. - "항상 너를 생각해보면 왠지 꼭 그럴 것만 같았어. 넌 평범한 애가 아니었으니까. 지금쯤 뭘 해도 안정을 못 찾고 헤매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백수라니, 내 생각과 딱 들어 맞았잖아?" 얼빠진 표정을 짓는 내 앞에서 길게 하품을 한 고모는 잘 자라는 인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그 일로 돈을 벌어서 밥도 사먹고, 편안한 침대에서 잠을 ..
할머니가 환상과 꿈, 아름다움, 비극, 무지개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면 할아버지는 적금과 등산, 단골손님, 소갈비, 독감 예방주사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할머니는 남편과 삶을 공유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보일 때마다 모욕과 비웃음을 당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마음을 감추게 되었다. - "항상 너를 생각해보면 왠지 꼭 그럴 것만 같았어. 넌 평범한 애가 아니었으니까. 지금쯤 뭘 해도 안정을 못 찾고 헤매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백수라니, 내 생각과 딱 들어 맞았잖아?" 얼빠진 표정을 짓는 내 앞에서 길게 하품을 한 고모는 잘 자라는 인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그 일로 돈을 벌어서 밥도 사먹고, 편안한 침대에서 잠을 ..
그렇게 조심한 덕에 다행히 몇 년간 나는 참으로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는 그야말로 안전하기만 한 생활이었다. 어쨌거나. - 자신의 일에 연민을 가질 줄 아는 남자가 시시할 리 없었다. - 그의 말은 당시 나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었다. 그 무렵 나는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청춘이었다. 일, 연애, 인간관계, 일상의 안정된 행복…… - 아니, 내가 삶을 좌우하는 그 절대적인 단어를 그렇게 낭비하고 살았다니 심히 반성이 됐다. "그리고, 옥 작가 재수 없는 게 내 탓이야? 왜 항상 루저처럼 굴어?" "루……저요?" "실패도 전염되거든. 나 그래서 옥 작가랑 친해지기 싫은거야." 사장이 완전히 기운을 되찾고 반격을 해왔다. - 정말 그가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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