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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환상과 꿈, 아름다움, 비극, 무지개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면 할아버지는 적금과 등산, 단골손님, 소갈비, 독감 예방주사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할머니는 남편과 삶을 공유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보일 때마다 모욕과 비웃음을 당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마음을 감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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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너를 생각해보면 왠지 꼭 그럴 것만 같았어. 넌 평범한 애가 아니었으니까. 지금쯤 뭘 해도 안정을 못 찾고 헤매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백수라니, 내 생각과 딱 들어 맞았잖아?"
얼빠진 표정을 짓는 내 앞에서 길게 하품을 한 고모는 잘 자라는 인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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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그 일로 돈을 벌어서 밥도 사먹고, 편안한 침대에서 잠을 자고, 따뜻한 옷을 사입을 수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한 양 첸 할아버지를 향한 끓어오리는 질투심과 함께 문득 '나는 한 번도 기사를 쓰는 일을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돌이켜보면 나는 그저 시험에 붙어야 한다고,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누군가 어리석은 내 머리를 톡,톡, 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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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살아나갔다. 월급을 받아서 적금도 들고, 내 돈으로 책을 사다 읽었다. 식구들이 잠든 밤이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깜빡거리는 커서를 바라보았다. 한 달이 지나도록 한 글자도 쓰지 못했지만 매일 빠짐없이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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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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