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는 삶이라는 것이 고단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젊은 사람들이 젊다고 해서 인생의 고단함을 피해갈 수 있다는 생각은 잘 안하고요. 그런데 오랜만에 이런 이야기를 듣는데요. '나이가 젊은데 왜 이렇게 어두운 이야기를 쓰냐?'는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 대답도 갖고 다녔었어요. 햇빛이 밝은 거리를 걷는 사람들 중에도 고통이나 번민이 없는 사람은 없는데 내가 보고 싶은 건 그 안쪽이라서 그렇게 된 것 같다, 뭐 그렇게 대답했었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쓴 거였어요. 어쩌면 시를 써서 더 그랬던 것도 같은데 당시 시들은 동시대에 새롭게 출현한 소설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대체로 어둡고 고통스러웠거든요. - 시인으로 등단한 소설도 쓰는 한강 작가.
거라고 짐작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열등감을 가졌던 쪽은 당신의 언니였다. 당신이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은, 그녀가 질투한 것들이 어김없이 당신의 결점들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당신이 고지식하고 고집이 센 것을, 그래서 신통찮은 전공을 택한 것을, 서른을 넘기도록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보지 못한 것을, 부모와ㅡ특히 아버지와ㅡ관계가 좋지 않아 경제적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것을, 그래저래 그 나이 먹도록 원룸 월세를 내며 불안정하게 살고 있는 것을 그녀는 질투했다. (중략) 장식장에 진열해두었지만, 마치 냄새가 싫은 음식을 꺼리듯 자신의 인생을 멀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앞이 보이지 않아. 항상 앞이 보이지 않았어. 버텼을 뿐이야. 잠시라도 애쓰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그저 애써서 버텼을 뿐이야...
와아. 와아 를 연발하며 보았던 아름다운 하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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