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까지만 해도 캥거루도 보러 다녀오고 시티도 구경하고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데이오프를 보냈는데 이번 주는 아마도 피로가 쌓였었는지 늦잠, 동네, 늦잠, 옆동네, 늦잠, 집. 이렇게 마무리했다. 일요일엔 흐리고 비가 왔다. 빗소리를 들으며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 신랑이 차려주는 점심을 먹고 무척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아주 우연히 싸게 사서 기분이 좋았다. 느즈막히 한인성당에 다녀왔다. 신랑은 요즘 요리에 부쩍 재미를 붙이고 있다. 손에 습진이 생겨서인지 집안일도 도맡아 해주니 참 고맙다. 늘 여유롭게 지내고 있지만 쉬는 날에 무언가 하지 않고 지내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미사였고, 오랜만에 또 한국말로 말씀을 들으니 좋았다. 공교롭게도 부활과 승천 대축일에 미사를 가서 그런지 부활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시그널 마지막 화를 보고 있자니 첫 데이트 할 때 입이 바짝 마르고 어색해 죽을 거 같다가도 술 한 잔하면서 입이 귀에 걸리고 무슨 얘기 했는지도 모르게 밤이 지났던 종로가 생각났다. 신랑하고 겨울 밤 서울로 가서 돼지갈비에 소주 한잔하고 싶은 밤이다. 그 날 자물쇠 없이 세워뒀던 자전거도, 잃어버린 아꼈던 목도리도 그 때 우리는 서로에게 아까운 것이 없었구나. 속초에도 갔었고 갑자기 퇴근 길에 부산에도 갔었다. 언제나 가진 게 많지는 않았지만 부족한 것도 없었다. 그런 기억들을 오래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
2015년 1월 4일 토요일 홍제동 운동을 다닌지 6개월 째, 안그래도 자주 가는 동네긴 하지만 운동을 다니고나서는 더 자주 가고 있는 동네. 지하철도 버스도 세 정거장. 가까운 것 같지만 산골고개가 있어서 걸어서 다니기엔 꽤 먼 동네. 언젠가 사라질 것들을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침 사는 동네도 빈티지하고,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고 그 세계로 넘어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인생의 어떤 한 시기와 작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물론 그것은 나의 선택이기도 하고 바람이기도 했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 처럼,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지만 해가 바뀌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어느 학교를 갈지는 점수가 정해져있으니까 선택의 폭이라는 게 크지 않지만 뭐, 전공도 마찬가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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