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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4일 토요일 홍제동
운동을 다닌지 6개월 째, 안그래도 자주 가는 동네긴 하지만 운동을 다니고나서는 더 자주 가고 있는 동네. 지하철도 버스도 세 정거장. 가까운 것 같지만 산골고개가 있어서 걸어서 다니기엔 꽤 먼 동네. 언젠가 사라질 것들을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침 사는 동네도 빈티지하고,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고 그 세계로 넘어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인생의 어떤 한 시기와 작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물론 그것은 나의 선택이기도 하고 바람이기도 했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 처럼,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지만 해가 바뀌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어느 학교를 갈지는 점수가 정해져있으니까 선택의 폭이라는 게 크지 않지만 뭐, 전공도 마찬가지고 생각해보면 언제나 아는만큼 꿈꾸는 안에서 사람은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네. 아무튼 카메라를 들고다니자고 생각한 건, 이런 그런 연유로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고 그래서 가능하면 새롭고 좋은 거 말고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 그래서 내가 분명히 그리워하게 될 것을 남겨두고 싶기 때문이다. 대단한 것, 멋진 것, 화려한 건 나 말고도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기억 속에 담고 있을 테니까. 하찮고 지나치기 쉬운 것들. 예를 들면, 자동차 대리점 골목을 꺾어서 민물고기집, 철물점을 지나 로또, 돼지갈비집과 맞은 편 삼겹살집, 그리고 혜원삼계탕을 지나서 장판집 골목. 그런 건 분명히 십년, 아니 7년만 지나도 기억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일상의 단어가 언젠가 나중에 나에게 가까이 그리고 아주 깊숙하게 들어올 것 같다.
자전거, 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아주 오래된 상가, 리어카, 육교, 도심보다 맑은 공기, 그래서 언제나 파란 것 같은 하늘.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더 추운 것 같은 겨울. 검소하고 건강한 느낌의 동네. 오래된 아파트 뒤편에는 돌산이 있고 옆에는 호텔이 있고 앞에는 육교가 있고 안에는 무지 큰 벚나무가 있는 동네.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 있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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