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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 타고 명동가서 빨간버스 타고 집으로 가는 먼 길. 참 오래도 다닌 길. 여러 번 집이 바뀌는 동안, 다양한 노선의 버스를 타고 참 많이도 오갔다. 어릴 때는 모르는 게 많아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 천진난만하다고 할까, 삶의 이면을 모른 체 우울하거나 꿉꿉하거나 움추러들지 않고 잘 마른 빨래처럼 건강하고 빳빳하게 키워준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왜 몰랐을까, 참 알다가도 모를 일. 딱 하루, 할머니가 입원한지 벌써 35일째 인데 딱 하루 밤을 할머니하고 엄마하고 같이 잤다. 처음이라 할머니 숨소리, 할머니 코소리, 신음소리, 할머니 몸에 붙어있는 수많은 기구들의 소리, 침대 에어매트 소리 그 온갖 소리들에 둔한 나지만 푹 잠들 수가 없었다. 소리가 없으면 없는대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소리가 나면 부르는 줄 알고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상태인거다. 서로가 서로의 패턴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어쩌면 할머니가 아프는 내내 할머니의 패턴을 모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엄마도 이모도 있으면 쑥쓰러워서 못해서 꼭 할머니 옆에서 그때 너무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조금 더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의 패턴에 대해서 알 수 있으면 좋을텐데. 이 밤도 무사하게 깊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도록, 나의 엄마와 그 엄마의 엄마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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