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하나 /일기

아이를 낳는다면

김곰곰 2013. 6. 5. 01:28
언젠가 어릴 때 아직 어린 학생이었을 때 여름 방학, 겨울 방학이면 아침이 되면 사람이 없어졌다. 집에 사람이 없어지면 습관적으로 티비를 틀었는데 한낮의 재미없는 주부 취향의 방송을 즐겨봤던 것 같다. 9시 넘어 시작하는 방송들. 그리고 오후 방송 때까지 방송을 쉰다는 무지개색 알림이 나올 때까지 세계 어느 곳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들. 
 그 중에서 내게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것이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의 수중 분만과 일본의 조산원 모습이다. 그네 분만이나 공 분만 같은 방법도 나왔는데 병원에 누워서 탁-하고 눈도 못뜰만큼 환한 불이 켜지고 다리를 벌리고 아이를 낳는ㅡ경험해본 적도 없지만 방송에서 보여지는 그 이미지ㅡ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남편과 함께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아기를 낳을 수도 있구나 라고 알게 되었다. 그게 왜 내 관심을 끌고 인상에 깊게 남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중 분만은 어두운, 노랗고 붉은 조명 안에서 욕조 안에 엄마의 온도만큼 따뜻한 물을 담아놓고 남편 앞에 앉아서 아이를 낳는 장면. 일본의 조산원은 주변이 초록초록한 환경에 공이나 그네로, 하얗고 깨끗한 침구와 할머니같은 조산사. 
 그래서 막연히 나는 절대 병원에서 애기 안낳고 저런 방법으로 애기를 낳아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의식을 갖는 것과 별개로 10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병원에서 아기를 낳고있고 출산에 대해서는 무통 주사나 사주에 좋은 날짜와 시를 받아서 제왕절개 한다는 얘기 같은 것만이 들려오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나는 그때 티비를 보고 훨씬 더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낳게 되어갈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더 편의 위주로, 무언가 유리해지는 방법을 찾아서 변해가는 것 같다. 정독하고 있진 않지만 어쩌면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이어져 결혼이나 육아의 가치관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 같다. 평소에도 편한 옷이 좋고 무리하지 말자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어느 날 아이가 태어났다고 계획적이고 철저하게 분석하면서 다그치는 육아는 못할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내가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방법, 아이의 때를 기다리는 것, 무섭거나 두렵지 않게, 편안하고 안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이를 낳고 최대한 내 손으로 먹이고 입히고 오래 안아주는 것. 그런 것이 내가 아이를 가진 후 내 인생에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 시집도 안갔는데 가정생활 분야의 트렌드를 찾다가 육아,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고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 같은 걸 찾다가 결혼, 출산까지 검색해보게 됐다. 그리고는 문득 최정원씨를 검색해봤더니 그때가 99년이라네. 그러면 지금부터 몇년 전이지, 13년 전이네. 그러면 그 때 내가 몇 살이냐. 난 뭐 16살에 그런 걸 그리 유심히 봤을까. 하긴 그때가 맞물려서 나가사키의 풍경도 열심히 보고 그리던 시기였던 것 같다.




 


'하나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언가로 에너지가 쏠리는 건  (0) 2013.06.09
문득  (0) 2013.06.05
만끽  (0) 2013.06.04
여름 여름여름  (0) 2013.05.28
D+? 아무튼 주 2회는 운동하는 중  (0) 2013.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