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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는 나에게 움직이는 성당이다. 언제 어디를 가든 몸에 묵주를 지니고 있으면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도 묵주를 손안에 쥐면 두려움도 외로움도 없다. 세상사 여러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고립되어 있을 때도 묵주와 함께라면 진실을 지켜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 몸에 묵주, 내 마음에 묵주. 그러니 묵주는 나에게 거룩한 십자고상의 살아 있음이다. 아슬아슬한 세상사를 굳건하게 견디며 묵묵히 살아갈 수 있음도 나에게는 묵주의 힘이다. 


 모든 것이 차단된 곳에 갇힌 적이 있었다. 오직 진실 하나에 의지하고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을 때다. 규정에 따라 일정 기간 어떤 것도 곁에 둘 수 없을 때, 그때의 불안과 외로움과 두려움은 인간으로서 참으로 견뎌내기 힘들었다. 의지할 어떤 것도 없이 오로지 혼자만의 정신에 기대어 고난을 넘어야만 할 때, 빈손을 움켜쥐고 얼마나 간절한 기도를 해야만 했던가.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묵주를 손안에 쥐게 되고, 나는 몇 시간을 엎드려 통곡해야만 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끊임없이 흔들리고 불안에 떨던 나는 가장 넓은 품을 가진 어머니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를 향해 감사와 청원의 기도를 간절히 올렸다. 


 내 안에 찾아드신 하느님처럼 묵주는 그렇게 나를 지켜주고 힘을 주고 사랑을 주었던 것이다. 그때부터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고 어떤 외로움도 굳건히 견뎌내며, 오직 진실을 믿고 인생의 고비를 힘 있게 넘겨낼 수가 있었다. 묵주와 함께 기도하고 사유하며 하느님의 가르침에 가까이 가려 힘을 모았었다. 성모님은 나에게 침묵으로 응답을 주셨다. 깨달음의 지혜는 곧 어머니의 큰 사랑이었음을 훗날에야 알았다. 


 나는 지금도 항상 내 몸 어딘가에 꼭 묵주를 챙겨 지니고 다닌다. 그러다가 좋은 사람, 무엇인가 주고 싶은 사람, 하느님이 찾는 사람, 하느님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곧바로 묵주를 선물한다. 그래서 성물이 있는 곳을 찾게 될 때마다 묵주를 사서 챙겨 놓는다. 집에도 곳곳에 묵주를 놓아둔다. 하느님이 곳곳에 계심이다. 


 함께 인생길을 살아가는 신앙의 동반자 안젤라의 묵주 사랑, 묵주기도 역시 하느님의 가득한 은총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바치는 안젤라의 아침 묵주기도는 가정을 지키는 하느님의 울타리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안젤라의 묵주기도는 하느님과 함께했다. 


 국제회의차 유럽에 갔을 때 안젤라는 장미향이 그윽한 묵주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마침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 들렀을 때 이스트반대성당 성물방에서 나는 그것을 구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묵주는 아침마다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의 초상이 그려져 있는 묵주함 속에서 장미향을 내뿜고 있다. 묵주는 나의 살아 계시는 하느님이다. 나의 힘이며 어머니의 무한 사랑이다.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저희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 모든 영혼을 천국으로 이끌어 주시며 특히 자비를 가장 필요로 하는 영혼들을 돌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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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묵주이야기. 123 묵주는 나에게 움직이는 성당. 김춘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평화신문 제 1314호 2015년 05월 17일 주님 승천 대축일 / 홍보주일. 



+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꾹꾹 한글자씩 따라 적어가다보니 아빠가 생각하는 것들, 아빠가 소중히 여기는 것, 아빠가 느꼈을 외로움과 박탈 그리고 가족이 함께 있음으로 생기는 사랑과 든든함.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 주는 것을 좋아하고 사는 것도 좋아하는 소박하고 귀여운 아빠, 그리고 정말로 언제나 엄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엄마는 엄마가 아빠의 뮤즈인 걸 알까? 누군가를 지극하게 사랑한다는 것, 언제나 그 사람만을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로 지극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언제나 용서하고 일곱번이 아니라 일흔일곱번도 서로 사랑하며 사는 강인하고 즐거운 엄마 아빠가 계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하나 더, 어딜 가면 엄마 껀 뭘 사와야지 싶은데 아빠 껀 뭘 사올지 참 어려웠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아빠가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아빠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멋과 정취, 느낌이 상당히 많은 부분 아빠에게서 온 것 같다. 앞으로는 묵주, 레인코트, 오래되고 기본이 되는 그런 것들. 그러면서도 독특한 것들을 사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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