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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에서 맞이하는 첫 금요일이다. 이제 꼭 4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한참이나 지난 기분이다. 정말로 4일 밖에 안됐다니 믿기지가 않는군.

어제는 레벨 테스트를 봤고 오늘은 학교에 다녀오는 날이었다. 영어를 못하니까 낮은 반에 가면 되지 하고 쿨하게 마음 먹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시험을 못보면 마음이 찝찝하고,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자면 괜히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낯선 거리에 낯선 사람들이지만 금요일이 주는 묘한 해방감과 자유로움 때문인지 그들의 밤도 좋아보였고 우리의 밤도 전보다 한층 편안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 그간 밀린 빨래를 했고 어쨌든 시험도 끝났고 선생님도 보고왔다.

이제 꼼짝없이, 피할 수 없이 여기에 몇 개월 간 지내야된다고 생각하니..음, 포기하면 편한가. 더 편해지고 우리에게 필요한 걸 더 잘 찾아내고 거기에 만족하는 나날들이 이루어지기를. 그래서 종종 그리워할 수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잠이 안와서 뒤척거리고 있자니 에어콘 안키고 땀 흘리며 잘 자는 와이프 때문에 신랑은 깨어있는 동안 얼마나 더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 고마워졌다. 정말로 같이 와서 좋고 감사하다. 서로가 좋아하는 일,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의 분담이 거의 완벽하게 나뉘어 있어서 참 좋은 거 같다. 예전에 비해서 길도 훨씬 못찾게 되고 겁도 더 많아졌지만 퇴화가 아니라 더 잘하는 방향으로의 진화라고 생각하기로!


오늘의 잘한 일 : 바퀴벌레 방역, 방향제 구입, 비자 사진 출력
오늘의 아쉬운 점 : 미리 자동이체, 건망증 최고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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