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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네 시. 한 시부터 높아진 해가 한창 높아진 시간. 뜨겁긴 하지만 들어오는 햇빛이 좋아 나는 사진을 찍고 일기를 쓰고 있고 신랑은 게임을 하고 있다. 같은 집에서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때는 거의 이 모습인 것 같다. 그동안 빨래는 바삭하게 말라가고 있다. 아주 약하게, 겨우 몇 초 동안 빨래가 움직일만큼만 바람이 분다. 환기되고 빨래 잘 마르라고 창문을 열어둔 덕에 에어콘을 키지 않아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콧잔등과 가슴팍 사이로 땀이 쪼르르 흐른다. 한창 높아진 해가 길어진 그림자를 만들다가 십분 사이에 건너편으로 지고 있다. 이제 곧 밤이 오겠지. 오늘은 긴 꿈을 꿨다. 아직도 풀어지지 않은 채, 손으로 잡히지 않는 작은 구슬 처럼 여기 저기 헤집고 다니는 기억. 그 크기가 이제는 콩알보다도 작아져 어느 새 몸 밖으로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문득 꿈에 나타난다. 오늘은 갓 스무 살이 된 여자를 만났는데 생각보다 침착한 아이였다. 모든 일에 덤덤하다고 해야할까. 유별스럽게 사랑에 빠지지도 않을 것 처럼 선이 곧은 아이. 그 나이 때 내가 어땠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필요 이상으로 예민했던 거 같다. 십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시간이라는 건 믿는 것의 문제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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