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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마닐라

151112 : My English Lab

김곰곰 2015. 11. 13. 00:31

교재를 사야한다고 하길래 수업 시간에 쓰는 건가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필요한 책을 복사해서 프린트로 가져와서 나눠주기 때문에. 워크샵 형식으로 한 책을 꾸준히 나가는 건 아니고 그때 그떄. 그래서 종이가 너덜너덜 해지고 쌓여가는 기분으로 공부하는 맛은 없지만 진도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선생님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배울 수 있어서 사실 상 머리에 더 남는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재가 있는데, 피어슨.  

너 랩탑 있니 하고 물어보더니 인터넷으로 혼자 수업하는 거라고 했다. 드디어? 어쩌다보니 대형 출판사의 인터넷 LMS를 체험하게 되었구나. CD 대신 MP3로 받을 수 있거나 같은 시리얼 넘버로 듣기만이라도 가능한 앱이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은 들지만 뭐,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편의성까지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공부라는 건 시간을 내어 앉아서 하는거지 움직이는 동안 적합한 일은 아니니까. 어쨌든 큰 회사는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영업해서 상당히 많은 학교나 어학원에 교재를 뿌리고 수업을 제공하고 있구나. 

내가 한국에서 하던 일이 얼마나 무모한, 실현되기에 어려운 일이었는지 깨달았다. 잘 만든 것만으로 국내적으로, 세계적으로 이슈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해보았고 그것보다는 필요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동안은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좋은 콘텐츠라 하면 시대를 읽는 것,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무언가. 여전히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을 통해 듣기로는 마지막으로 같이 일했던 출판사에 좋은 소식이 들리던데 그런 걸 보는 눈, 연결하는 힘이 내게 있어서, 할 수 있어서 일하는 동안 정말 다행이었다. 첫 번째 직장을 그만 뒀을 때는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힘들어서 그만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두 번째는 덜하다. 하지만 이제는 기사 하나 뜨지 않는 걸 보고 아, 역시 그들만의 리그인가 하는 생각. 뭐, 어느 업계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그러나 또 하나 어쩔 수 없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정말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면서 어디서 살아가게 될지 상상 비슷한 것도 안가지만 막연하게 드는 예감이 있다. 아마도 직업으로서 책을 매개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아주 단순하지만 분명하게, 갑자기 어느 날 부터 홀가분해졌을 때 느꼈던 해방감과 망각 같은 것. 첫 번째 직장과 두 번째 직장을 그만두면서 그 둘을 묶어준 책을 떠나게 될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 그러면 다시 나는 섬나라의 학습자 A로 돌아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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