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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스타워즈를 보고나서 오늘 첫 편을 받아보았는데 뭐랄까, 굉장히 인간적인 우주 영화인 것 같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엄청난 그래픽보다 맨 처음 스타워즈 그대로 만들고 있다는 게 놀랍다. 스타워즈 : 새로운 희망이 첫 개봉한 건 1977년이라고 하는데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개봉한 건 2015년. 무려 3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자체도 놀랍고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영화를 내가 이제야 처음 본 것도 놀라운 일 중에 하나지만 이토록 클래식한 방법으로 영화가 계속 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저 장면. 우주에서도 사람이 산다면 그 사람들도 해가 지거나 해가 뜨는 걸 보면서 슬퍼하거나 누군가,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우주 어디선가는 우리와 다르게 해와 달을 동시에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가장 먼저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스토리 보다는 캐릭터와 상상력 가진 매력이 큰 것 같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귀여운 건 이 드로이드 둘과 츄이! 수다스러운 씨쓰리피오와 똑똑한 아기같은 알투디투. 뛰어난 그래픽보다 뛰어난 상상력이 더 멋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SF와 다르게 내가 지금 스타워즈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이유인 거 같다. 

 영화 속 캐릭터가 우리가 쓰는 컴퓨터와 스마트 폰의 캐릭터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그러고보니 컴퓨터는 대체 언제부터 만들어지고 쓰게 된건지, 아주 당연한 것도 궁금해졌다. 만들어진 건 45년 쯤, 우리가 쓰게 된 건 65년 쯤. 미국에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내 인생에 최초의 컴퓨터가 들어온 건 94년. 동서양을 건너서 30년 정도 걸렸다. 그렇게 들어오고 나서도 지금 처럼 매일같이 쓰게 되기까진 또 20년이 걸렸고, 그 마저도 생활 밀착형의 SNS 라는 게 생기지 않았다면 아마도 매일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쓰는 일은 아직까지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내 생애 첫 컴퓨터는 이름도 또렷히 기억난다. 삼성 매직스테이션 386. D빌라 3단지에 살고 있었고 초등학교 2학년인가 3학년 때였던 거 같다. 외할아버지가 각 집에 한 대씩 사주셨고 우리는 부엌에 붙은 작은 방에 새 컴퓨터를 놓았다. 생각해보면 할아버지는 무언가 지원해주실 때 한 집도 빠짐없이 해주셨다. 할아버지가 하는 모든 행동은 상당히 공평하셨던 것 같다. 그런 게 할아버지 삶의 기준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큰 금액인데 한 번도 생색내거나 고마워함을 넌지시 강요하신 적도 없는 것 같았다. 살다보면 누군가를 마음으로나 물질적으로 챙긴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인데. 결혼할 때 아주 작은 선물이지만 방짜유기 그릇이랑 수저를 해드려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 다시 돌아와서 그 방에는 온 벽면에 책이 가득했다. 컴퓨터는 처음이여도 다루기 어렵지 않았다. 주로 타자를 쳐보거나 노래방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걸 켜서 몇 번인가 온 가족이 같이 노래를 불렀던 거 같기도 하다. 그 방의 책은 거의 다 아빠의 것이었고 기억에 나는 것들은 월간 조선이나 동아 같은 이름을 한 아주 두꺼운 책들. 정치 특종이라며 단독 입수 녹음 테잎 이런 게 적혀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지금처럼 편파적이지 않았을까? 어린이였으니까 그런 건 잘 모르겠다. 그 방은 조금 어두운 편이었는데 가끔 내용은 모르지만 아빠 책을 펼쳐보기도 했고 그 방엔 컴퓨터 이전에 하이텔 기계가 있었다. 모뎀을 연결해서 쓰는 뚱뚱한 모니터 같이 생긴 기계가 컴퓨터보다 더 오래 나의 관심을 끌었다. 그 기계는 위에서 버튼을 또각 열면 뚜껑이 내려오고 뚜껑에 자판이 붙어있었던 거 같다. 켜면 돈이 나갔고 전화를 쓸 수 없어서 티가 났다. 딱히 하지 말라고 하진 않았지만 그 기계 자체가 대여였고 늘상 쓸 수 있도록 책상 위에 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비밀스러운 느낌이 났다. 기계를 키고 그 안의 세상을 연결하면 띠리리리 하면서 소리가 났는데 그 기계 넘어에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 그게 가장 큰 흥미로움이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도 이야기 할 수 있고 컴퓨터보다 그게 더 처음이었던 게 아마도 중요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하이텔보다 컴퓨터가 먼저 등장했다면 지금 나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으려나? 컴퓨터보다 먼저 책하고 옷하고 사람이 내 곁에 있었던 거 같다. 돌아보면 당연해보이는 것들이 그때는 보이지 않는 거 같네.       



자세한 컴퓨터의 역사는 아래 링크를 참조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30256&cid=46631&categoryId=46631


매직스테이션에 대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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