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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글을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 어떤 능력치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김연수 시인 말대로 나는 글을 쓸 때 얼마든지 견딜 수 있으며 오에 겐자부로의 말처럼 책을 읽는 것이 다른 이들에 비해 괴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읽는 일도 쓰는 일도 다루는 일도 다른 어떤 일에 비해 괴롭지 않다. 할 수 있다. 엉덩이 힘만은 꽤 봐줄만 하고 명석하진 않아도 예민하다. 디테일이 생명.   
 사내전화번호부에 틀린 이름, 사사에 틀린 책제목, 맞춤법, 출판사 분들이 가져온 새 책을 훑어보다가도 틀린 글씨가 보인다. 이것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늘 거기에 레이더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재미없는 걸 견딜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구매는 견딜 수 없지만 번역이나 글을 다루는 일은 견딜 수 있다는 성향의 차이일 뿐이다.
 시간이 정해진 일이 좋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끊임없이 끝, 이라는 기한 없이 비슷한 일을 반복해가는 일은 정말이지 지친다. 마감은 언제까지, 누군가의 책임 아래 반드시 끝이 있는 일. 하나를 끝내고 또 같은 또는 비슷한 일을 새롭게 시작 그리고 또 끝. 하지만 그 타이밍이 너무나 촉박한 일 ㅡ 예를들면 일 단위의 기사마감, 신문 기자는 절대 사절이다 하지만 주제를 가지고 취재를 하고 분석하고 하나의, 여러 꼭지를 만들어 한 권으로 만드는 잡지 기자라면 가능하다 ㅡ 은 할 수 없다. 일은 일일 뿐인데 그 순간 순간에 마음이 쪼끄라들어서 힘들다. 실수는 좋아하지 않는다. 최대한 꼼꼼하게 몇 번이고 보지만 그래도 인간은 실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실수가 인류나 회사에 엄청난 폐해를 미치지 않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을 하고 싶다. 나 하나로 인해 천문학적 금액이 왔다갔다 한다고하면 견딜 수 없어. 안된다 말고 된다! 라고 생각하고 그런 가능성을 가진 일을 하고 싶어. 분명히 안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유연한 사고로 새로운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보고 싶어. 사람이 사람과 일한다는 것은 그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게 아닌가 싶어. 남성성이 강한 곳보다는 여성성이 베이스로 깔린 곳에서 일하고 싶어. 그 여성성이 다섯이 하나를 왕따 시킨다거나하는 소문이 겁나 빠르다던가 하는 부정적인 것 말고 구석구석까지 서로 나누어서 챙기고 있는 가운데 유연하고 포용력 있으며 웃을 수 있는 걸 말해. 단 한 순간이라도, 한 문장때문에라도 내 온 몸 구석구석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나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일본어를 들을 때 몸의 세포가 전율하니까 단순한 소비와 일은 다르겠지만 분명히 행복할거야. 내가 그 과정을 만들고 있다는 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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