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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시드니

160301 : 3월이라니

김곰곰 2016. 3. 1. 22:56
시간이 참 빠르다.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호주에 온지도 한 달이라니.

오늘은 이유도 모르고 쉰 날. 이유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이틀 몰아서 쉬는 게 컨디션에 좋은데 팀 스케줄 따라 움직이는 거니까 별 수 없지. 마침 데이오프가 같아서 H씨네 커플과 함께 아점으로 얌차에 다녀왔다. 얌차는 차를 마시며 식사한다는 의미인데 정말로 천천히 차를 마시면서 조그만 차에 음식을 싣고 다니는 직원이 우리 앞에 오면 그 중에 맛있는 음식을 선택해서 먹으면 되는 방식이다. 광동식 음식으로 우리가 아는 국수나 밥, 탕수육 같은 음식보다는 딤섬이나 내장 등 새로운 요리를 많이 맛볼 수 있다. 네 명이가서 가지, 두부, 소의 위로 추정되는 내장, 닭발, 크리스피한 빵을 만두피 같은 걸로 감싼 프라이 누들, 얇고 흐물거리는 만두피에 싸인 새우, 중국식 브로콜리 볶음, 도가니 같은 걸 골고루 먹었다.


오후엔 헤어져서 우리는 커피를 사러 시티에 다녀왔는데 알케미 커피 본사는 7-2 라는 기록적인 영업 시간 덕분에 허탕을 치고 말았다. 아직도 적응하기 힘든 호주의 영업 시간이다 T_T #coffeealchemy


알케미 원두를 쓰는데 어워드에서 수상도 하고 가게도 예쁘고 무엇보다 무려 5시 30분까지 영업을 하는 검션에 가서야 겨우 커피도 한 잔 하고 원두도 살 수 있었다. #Gumption 산미가 강한 메카 커피랑은 다르게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운 맛이다. 아마도 라떼나 플랫화이트처럼 연한 종류의 커피에 잘 어울릴 거 같다, 좋은 방향으로는 꿀 약간하고 아몬드 밀크나 두유랑 함께 라떼로 마시면 블루보틀 같은 느낌이 날 거 같기도 하다. 집에서 테스트를..


나간 김에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맛있는 커피집에서 200g 원두를 더 샀다. #workshopcoffee 여기는 들어갔더니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여기 앉아, 물 줄까?' 로 시작해서 현란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바리스타가 있어서 조금 당황. 참고로 원두든 커피든 현금만 받고 있어서 입출금기에 다녀와야만 했다. 여기서는 커피를 안마셔서 싱글 오리진 대신 가게 특유의 원두를 한 봉지 샀다.


아, 오늘은 정말 많은 걸 샀는데 이 밖에도 드디어 인간의 동력 대신 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동 그라인더 너란 주방 기구, 넘나 쾌적한 것. 매장 철수 세일을 하고 있는 딕 스미스에 가서 20% 할인 가격으로 브레빌로 구매 완료! 신랑이 살 때부터 드디어 그라인더를 사는구나 하면서 감격적인 목소리를 내는 게 기뻐하는 게 귀여웠는데 갈아보더니 초 단위로 갈리는 것을 보고 감동하는 모습에 공통 자금이지만 뿌듯하였다. 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서 유기농 화장품도 몇 가지 샀다. 신랑 선크림 쓰고 난리나서 지금 쓰는 스킨도 나한테는 좀 강한 거 같아서 더 순한 걸로 고르고, 세타필 클렌져가 잘 맞는데 그래도 화장은 잘 안지워져서 리무버도 순하다는 걸 골라 하나 사고 SPF 넉넉하게 50짜리 선크림 겸 베이스도 샀다. 돌아오는 길엔 차분히 성당 앞에 앉아서 대화를 했다. 살림이 느는 만큼, 시간이 지나가는만큼 잘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 잘 기억은 안나지만 오늘은 아침 꿈이 별로 였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힘이 든건지 쌓여가고 있는건지. 정말로 후회없이 잘 살아야될텐데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열심히 싸우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언제든 꼭 안아줄 수 있도록, 서로가 모르는 사이에 서로를 경멸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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