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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부살이는 젊어서나 가능한 것이다. (중략)

 머리가 맑으면서도 어떻게 될 것만 같은,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나는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았다. 숲처럼 변함없이 있어야할 것은 사라지고, 내 장난감이며 오래된 잡지는 조금도 변함없이 남아 있다. 이런 일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엄마가 돌아가셔서 인생이 전혀 달라지고 말았다는 것에, 어린 나는 정말 놀랐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 놀람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아직도, 다른 하나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연기하고 있다. 눈을 뜨면 엄마가 있는 인생으로 돌아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 정도로 엄마의 죽음은 갑작스러웠다. 그 어떤 논리도 그 어떤 감상도 거부하는, 이유 없는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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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계속 그렇게 있으면 엄마가 남겨 준 돈이 입원비로 다 날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모와 이모부는 엄마만큼 절박하지 않아서 가게를 퇴직 후의 취미 생활로 여겼고, 시골에 땅도 있어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편모 가정에서 자라 돈을 알았던 탓에 잇속에 밝은 아이로 성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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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피범벅이 된 모습이라도 좋으니 살아 있는 엄마의 몸을 만지고 싶었다. 끔찍한 모습이라도 괜찮으니까 엄마를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흘러갔다.

 

 

 

 

 

 

 

 

- 언제나 눈앞의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슬픔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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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의 인생, 재생. 요시모토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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