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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오후가 되면, 언제나 시장에 왔었다. 목욕을 하고, 술과 찬거리를 사고,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부엌에서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상추를 씻고, 딸기나 토마토를 씻으며 저녁 식사 준비를 했었다.
아직 환한 늦은 오후부터.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는 차마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던, 그러나 그 모든 기다림이 자주 허사가 되곤 했던 토요일이다.
 열 시가 되어도 그가 오지 않으면 속이 까맣게 마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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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과 멸, 고통, 전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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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자주 떠오르는 이미지 중에 하나. 부엌 싱크대 위에 작은 창이 있고 그 창을 열어놓고 약간은 후텁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해가 지는 늦은 낮 즈음, 노란 태양빛이 가득한, 요리를 하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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