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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햄버거


하지만  "햄버거를 먹고 싶은데 1달러만 주지 않겠습니까?" 하고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이미지를 제시하니 그것만으로도 남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2. 로마 시에 감사해야 해


기민하고 똑똑해 보인다. 뚜렷한 목적과 명료한 시야를 갖고 인생을 독립적으로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든다.

(블라)

그리고 오토 밖에 운전하지 않은 사람보다 확실히 인생이 한 눈금 더 즐거워진다. 정말로.









3. 파티는 괴로워


모두에게 좋은 얼굴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인생의 대원칙이다.





4. 체형에 대해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여러 체형의, 여러 생김생김의, 여러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적당히 섞여 적당히 느슨하게 사는 세계가 정신건강 상 가장 바람직한 것이구나 싶다. 










5. 에세이는 어려워


물론 간단한 건 절대 아니지만, 소설 쓰기는 내 본업이니 묵묵히 해내는 것이 당연하므로 일일이 어렵네 어쩌네 하는 말은 할 수 없다.

(블라블라)

 결과적으로 화제는 상당히 한정된다. 요컨대 '쓸데없는 이야기'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쓸데없는 이야기'를 비교적 좋아하니 그건 그것대로 상관없ㅈ만, 





6. 의사 없는 국경회


 옛날부터 의미 없는 말장난이나 별거 아닌 시시한 발상을 글로 쓰길 좋아해서 짬날 때마다 종종 쓴다.

 예를 들어 '국경 없는 의사회' 라는 신문의 헤드라인을 보면 바로 '의사 없는 국경회' 라는 말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그 얘기를 써보고 싶어진다. 의사 없는 국경회라니 대체 어떤 단체일까.



 그런 건 문학적으로 성실하지 못한 태도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그렇게 해서 글을 쓰는 동안 저절로 '내가 정말로 쓰고 싶은 것'이 점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쓰는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 형태를 띠지 않았던 것이 서서히 제대로 된 형태를 띠어갔다. '처음부터 이걸 써야 해' 하는 <게공선>적인 사명감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문학에서는 자연스러움 역시 사명감만큼이나 중요한 게 아닐까 하고, 으음, 그냥 생각해본다.



7. 호텔의 금붕어


당연하지만, 여행의 장점은 일단 일상을 벗어난다는 데 있다. 일상의 사소한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 






8. 앵거 매니지먼트


 실제로 해보면 알겠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절절 끓던 감정은 대개 가라앉는다. 분노보다는 '슬프군'이나 '유감이야' 정도의 지점에 안착할 때가 많다. 












9. 시저스 샐러드


간단한 요리일수록 섬세함이 필요한 법이다. 


여름 한낮에 아이스티와 함꼐 아삭하고 신선한 시저스 샐러드를 먹는 것이 인생 최대의 기쁨 중 하나라고까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아주 마음이 평온해지는 일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10. 이른바 미트 굿바이


"나는 선수를 신뢰합니다만, 신용하지는 않습니다."


주위 사람을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무턱대고 신용하여 서로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정말 그랬다. '신뢰하지만 신용하지 않는다', 명언이다.



- 신뢰 : 굳게 믿고 의지함.

- 신용 : 사람이나 사물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 또는 그런 믿음성의 정도.





11.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오른쪽과 왼쪽이라는 것은 신기한 것으로, 나는 양말을 신을 때는 언제나 왼쪽부터 신지만 신발을 신을 때는 오른쪽부터 신는다. 바지는 오른쪽부터 다리를 넣는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옛날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다. 반대로 하면 상당히 어색하다.








12. 궁극의 조깅코스


기대에 부푼 가슴으로 나이키 본사에 갔는데, 문득 깨달은 사실!

맙소사, 내가 갖고 간 것은 뉴발란스 옷과 신발이었다. 그런 차림으로 나이키 본사의 코스를 달리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몹쓸 짓이다. (하루키의 귀여움)









13. 편지를 쓸 수 없다


난데없는 뒷산 원숭이 같은 놈이라 여기고 이해해주십시오. 다음에 도토리를 모아서 갖고 오겠습니다. (역시 귀엽고 독특하고 건강하다)








14. 오피스 아워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창작이란 건 뭐 그런 것이다, 라는 얘기다. 이것은 상당히 극단적인 예지만, 뭐가 좋고 뭐가 좋지 않은가 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상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가치 판단의 확고한 기준이란 것은 일단 존재하지 않는다. 요컨대 누구에게 배우냐에 따라 소설 쓰는 법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무섭지 않은가.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무섭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결국은 제 몸에 맞는 옷밖에 입을 수 없으니까. 맞지 않는 것을 떠맡겨봐야 어느 순간 저절로 벗겨질 뿐이다. 


(왜 이런 얘기나 반복을 하고 있는지 나도 모르게 두드러지는 나의 단어에 부끄러울 때가 있지만 역시 인간은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그렇지 않은 일은 할 수 없는, 누구와 같아지려고 하지만 결국 그 누구와도 같지 않은 게 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엇을 쓸 수 있을까? 과연 이런 결말로 이런 감동을 주고 이 때에는 이런 문장으로 임팩트 있게! 하고 소설을 쓰는 건 아닐거다. 제목이든 문장이든 어떤 사람의 이름이든 장소든 무언가 하나가 주어졌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써나가는 거다. 그러다보면 어떤 형태가 되어있는 게 아닐까.)






15. 생각 없는 난쟁이


'어떡하든 지금 당장 초콜릿이 먹고 싶다' 하는 강렬한 욕망이 솟구친다. 그건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예고 없이 눈사태처럼 폭력적으로 나를 덮친다.


"어이, 초콜릿, 초콜릿. 초콜릿을 배 터지게 먹고 싶단 말이야. 이놈아, 빨리 초콜릿을 갖고 오라고" 라고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리는 건지도 모른다. 













16. 오키프의 파인애플


이런 얘기를 읽으면 나도 한번쯤 이렇게 대담한 짓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천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질 못한다. 나라면 하와이에 도착해 우선 파인애플 그림부터 하나 그려서 의무를 다 하고 그다음에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다. 

 그러나 오키프 씨는 '흥, 난 그리고 싶은 걸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릴 거야. 파인애플 따위' 라는 식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았다. 부럽기도 하고 인생이 팍팍하겠다 싶어 염려스럽기도 하다.

 사람의 성격이란 건 뭐 논리로 이렇게 저렇게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곰곰이 해본다.















17. 마치 표범처럼


 어째서냐고 당신은 물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물으면 으음, 대답이 궁하다. 하지만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 것투성이긴 한데 그래도 아직은 야구라는 스로츠에 멋있는 구석이 엄청나게 많아서, 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18. 이제 그만둬버릴까


 '메무아르' 는 일반적으로 '회고록' '자서전'으로 번역되지만, (블라블라)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듣고 보고 생각한 것을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쯤 되겠다. 



'좀 거칠긴 하지만 묘하게 마음을 끄는 데가 있다' 고 생각했다.



 인생, 앞날은 알 수 없다.



, 회사란 '문제가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절감했다. 남달리 개성이 강한 것, 전례가 없는 것, 발상이 다른 것, 그런 것은 거의 자동적으로 배제한다. 그런 흐름 속에서 '동요하지 않고 꿋꿋할' 사원이 얼마나 있는가로 회사의 기량 같은 것이 정해지는 것 같다. 
















19. 딱 좋다


나이에 관해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도록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꼭 필요할 때 혼자서 살짝 머리끝쯤에서 떠올리면 된다.



어쨌든 내게는 '딱 좋다'가 인생에서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다.



 그런 경우에 '이쯤이 딱 좋네'하고 여유롭게 생각하면, 자신이 아저씨(아줌마)든 어떻든 상관없다. 나이 같은 건 관계없이 그저 '딱 좋은' 사람일 뿐이다. 











20.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말할 것도 없지만, 섹스에서 중요한 것은 수가 아니라 질이다. 질에 만족하면 상대가 한 명이어도 상관없고, 설령 일만 명의 이성과 잤다고 해도 마음에 쿵 오는 것이 없다면 모든 것은 시간과 정신의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아,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하면 수집(마음을 쏟는 대상)할 때의 문제는 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얼마나 그걸 이해하고 사랑하는가, 그런 기억이 당신 안에 얼마나 선명히 머물러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진짜 의미일 것이다. 





21. 달밤의 여우


여행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로 귀찮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내서 떠난 만큼의 가치가 있다.






22.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합니까?


생각해보면 진짜로 상대를 싫어한다면 "네가 쓴 글이 싫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진 않을 터다. 논리적으로 옳다. 다자이 오사무에게 한 표.

 그런데 소설가란 하여간 귀찮은 인종이다. 정말로 절실하게 그렇게 생각한다.






23. 타인의 섹스를 비웃을 수 없다


타인의 섹스를 보는 동안 점점, '이런 일에 일일이 반응하는 인생이라니, 생각해보니 허무하네' 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24. 책을 좋아했다.


 십대 시절에는 무엇보다 책을 좋아했다. 학교 도서관에 신간이 든 상자가 들어오면 사서에게 부탁해 책을 뺀 빈 상자를 얻어, 그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았다. 그것만으로 행복했다. 그만큼 광적으로 책에 반해 있었다.

 물론 냄새를 맡는 것뿐만 아니라 읽기도 많이 읽었다. 인쇄된 활자는 뭐든 닥치는 대로 읽었다. 각종 문학전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했다. 중고교 시절 동안 나보다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부럽고 멋있다. 나도 대학시절에 내 주변에서는 그래도 내가 책을 가장 많이 읽었다. 그게 뭐 유별난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거 하나는 말할 수 있어서)



하고 새삼 느낀다. 어쨌든 다감한 청춘 시절, 책을 통해 받아들인 압도적인 정보로 여기 한 인간이 완성됐다. "여자들이 나라는 사람을 만들었다"라고 선뜻 말할 수 있다면 멋있겠지만 내 경우는 책이다. 물론 "여자들이 내게 약간의 수정을 더했다"정도는 말할 수 있겠지만. 







25. 장어집 고양이


진위는 알 수 없지만(만약 정말이라면 정말 멋진 얘기다) 어쨌든 그곳에서 양상추 고르는 법을 배웠다.





26. 유리집에 사는 사람은


, 세상에는 오역보다 훨씬 나쁜 것이 있다. 그것은 읽기 힘든 나쁜 문장으로 나열된 번역과 맛이 결여된 지루한 번역이다. 












27. 일 일분의 굴튀김


'삶의 방식을 거스른다' 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니 반론할 여지가 없다. 부부라고는 하지만 "삶의 방식을 거슬러줘"라고는 차마 못 한다. "그럼 당신도 한 가지 삶의 방식을 거슬러줘"라고 하면 상당히 곤란하다. 



그러나 나름대로 행복하게 싱글거리며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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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비채. 김영사. 권남희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