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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위로

교환 불가능한,

김곰곰 2013. 1. 2. 23:29

취재할 때 필자가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증언자의 개인적인 배경이었다. 어디서 태어나서 어떻게 자랐고, 어떤 취미가 있고,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떤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특히 직업에 대해서는 꽤 구체적으로 물었다.

그런 증언자의 개인적인 배경 취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명확히 부각시키고 싶어서였다. 거기에 존재하는 한 인간을 '얼굴 없는 많은 피해자 중의 한 사람' 에 그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업적인 작가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종합적이고 개념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딱히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인ㅡ교환 불가능한ㅡ존재양태에 대해서만 흥미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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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 경험한 것만으로 세상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ㅡ경험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마음가짐도 존재하기 때문에ㅡ 사람은 역시 자기가 나고 자라고 보아온 것들에 친숙함이나 연민, 분노를 느끼지 않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해서 설교하는 순간 그 인생은 지루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그 개인적인 것이 한 인간에게는 삶의 전부인 것이니까 설득하지 않고 각자 존재한다면. 타고났든 레이더를 켰든 자의든 타의든 인간은 구체적으로 좋아하게 되는 게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왜 그걸 좋아할 수 밖에 없었는지 계속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우리는 살아가는걸지도. 


+ 올 해의 소설은 언더그라운드, 능력자, 서쪽 숲에 갔다, 굿바이 동물원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