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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살고나서 엄마에게 들으면 가장 좋으면서 마음이 짠한 말은, 어서 자렴 이다. 나를 어린애 취급해주는 듯한 엄마의 부드러운 말투가 정말로 기분 좋다. 이렇게 커버려서 돈도 벌고 엄마에게는 말하지 못할 엉큼한 짓도 하는 나라도 엄마에게는 여전히 하나뿐인 아가 인 것이다. 그게 느껴져서 마음이 슈크림마냥 뭉글뭉글해진다. 나는 엄마와 무척 사이가 좋은 딸로 엄마에게는 말하지 않을 뿐 거짓말을 하거나 숨기는 것은ㅡ맹세코 없다고 생각하지만 무의식 중에 했을 수도 있으니ㅡ없다. 미주알 고주알 우리는 모든 것을 함께한다. 나와 텔레파시가 가장 잘 통하는 사람도 우리 엄마다. 어쩌면 나는 엄마의 텔레파시를 잘 받지 못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 관해서라면 엄마만한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주말에 지쳐서 집에 가면 닭도리탕이나 잡채이 있거나 우리 이번 주말엔 둘이 입을 모아 콩나물밥을 해먹을까! 같은 말을 타이밍 좋게 해버린다. 예전엔 정말 언성을 높이는 일도 없었는데 졸업반, 취업과 공부 사이에서 반목할 때 그때부터 작년까지 엄마와 기본적으론 사이가 좋지만 가끔씩 짜증내는 일이 늘었다. 나도, 엄마도. 아마 서로가 그런 일을 직시한다는 게 괴로웠던 것이리라. 내가 졸업하고 학생이 아닌 신분인 게 벌써 5년 차니까 그때마다 내가 다시 학생이 되고 싶을 때나 일이 힘들 때면 엄마랑 다퉜던 거 같다. 고마운 회사에 괜한 분풀이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랬다. 그래도 병아리 눈물만큼 철이 든건지 소리 지르다 지친건지 내가 무언가 할 수 있고 도움이 된다는 것에 감사해하기로 했다. 물론 아직은 이렇게 견디는 건 천천히 죽어가는 일이 아닌가 하는 다소 격한 절망감도 한 5분정도 들지만 산다는 건 매일이 같거나 점점 낡아버리는 일만 남은 것이니까 그것도 그것대로 나쁜 일은 아닌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고. 확실히 일하기 전보다는 타인의 삶이나 보편의 삶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졌다. 공감도나 몰입도가 깊어졌는지는 별개로. 아무튼 더 더더 이해하고 싶고 잘 해드리고 싶다. 나를 낳아준 엄마와 아빠에게는. 그들의 남은 삶이 나로 인해 영예로웠으면, 하고 바라고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다. 몸도 마음도 정말로 편안하게. 나쁜 건 나쁜대로 받아들이면서 내가 할 수 있는만큼, 거부하지 말아야지. 그래서 하나 반성하는 건 문자 답장을 하는 일. 먼저 연락하지 못하는 마음의 부족을 채우기보단 엄마가 보내는 문자에 답장이 늦어지는 게 마음이 불편해서 너무 많이 보내지 말라고 너무나 편안하고 아무렇지 않게 했던 말이 죄스럽다. 앞으로는 제때 제때 답해서 엄마에게 기쁨을 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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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엄마라는 여자, 마스다 미리. 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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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엄마라는 여자, 마스다 미리. 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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