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이 끝난 밤이다. 내 인생에 있어서 수능은 그렇게까지 큰 행사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큼 수능 날은 기억이 생생하다. 다음 날이 수능이라고 학교에서 일찍 집에 보내줬는데 집에 돌아와 빌라 앞 정자 같은 데 앉아서 초코렛을 먹었던 것 같다. 이렇게까지 긴장감이 없는 수험생이었다니.. 그 날은 기모가 얇게 들어간 곤색 DKNY 츄리닝을 입었다. 교복을 입고 학교에 오는 애들을 보면서 '아, 교복 정말 불편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다. 게다가 맨 뒷 자리여서 꼭 재수생 같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공부 많이한 다음 날 머리를 안감는다던지, 그때 입었던 옷을 입어야한다던지 하는 세세한 징크스는 없었지만 고3 시절 매일 깔고 앉았던 방석을 품에 안고 엄마가 싸준 도시락과 포도 쥬스가 담긴..
가을이 왔다. 얇은 기모 후드티를 입고 나갔을 때 몸에 와닿는 바람의 서늘함이 딱 기분 좋은 계절! 언제나 계절이 바뀔 때 즈음 느껴지는 쓸쓸함과 기대감 같은 게 좋다. 6개월 이라는 시간 동안 여름만 살았기 때문에 얼른 니트도 입고 싶고 가디건도 입고 싶어서 그렇게 가을을 기다렸건만 가을겨울 옷이 하나도 없는 우리는 추워지면 곤란하다 T_T 어머님이 어제 한국에서 선편으로 가을 겨울 옷을 보내주셨고 엄마 편으로 난방 텐트하고 온수 매트를 받으려고 한다. 아, 겨울 준비를 한다고 보리차를 끓이고 옥수수를 삶아 먹으면서 둘 다 추위를 많이 타는 우리는 어제부터 급격히 추워져서 난방 용품을 급히 찾아보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서늘한 건 물론이고 자는 내내 코와 목이 쎄한게 수면양말을 신고 자야하는 날씨가 됐..
오늘은 11월의 첫 날. 새로운 달이 오고 간다는 실감은 전혀 없었지만 집에 돌아와 일기를 쓰려고 보니 새로운 달이다. 버스를 타고 명동을 지나는데 어느 새 백화점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다. 2016년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보게 될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11월의 실업급여는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여름 나라에 갈거라 가을, 겨울이 없는 올해를 보낼 거 같아서 서운했는데 일정도 밀리고 날씨도 빠르게 추워졌다. 덕분에 여름이 그립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해 더욱 긍정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춥기도 춥고 우리 동생도 보고 싶어서 오늘은 신랑과 친정에 다녀왔다. 엄마랑 동생이 산책 중에 데리러 나와주어서 편하게 갔고 아빠는 작업실에 가서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 넷이 동네에 맛있는 족발을 먹었다.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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