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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01 : 친정 방문

김곰곰 2015. 11. 2. 00:13

오늘은 11월의 첫 날. 새로운 달이 오고 간다는 실감은 전혀 없었지만 집에 돌아와 일기를 쓰려고 보니 새로운 달이다. 버스를 타고 명동을 지나는데 어느 새 백화점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다. 2016년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보게 될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11월의 실업급여는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여름 나라에 갈거라 가을, 겨울이 없는 올해를 보낼 거 같아서 서운했는데 일정도 밀리고 날씨도 빠르게 추워졌다. 덕분에 여름이 그립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해 더욱 긍정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

춥기도 춥고 우리 동생도 보고 싶어서 오늘은 신랑과 친정에 다녀왔다. 엄마랑 동생이 산책 중에 데리러 나와주어서 편하게 갔고 아빠는 작업실에 가서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 넷이 동네에 맛있는 족발을 먹었다. 입으로 들어갔는데 기억이 없다, 마찬가지로 엄마랑 아빠 얼굴이 잘 기억이 안난다. 분주했던 것 같다. 차분하게 엄마를 실컷 보고 아빠랑도 느긋하게 티비를 켜놓고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아직 다섯 시간도 안됐는데. 그래도 많이 보고 싶었던 동생 얼굴은 잘 기억 난다. 우리 집은 거긴데 나는 신랑 손을 잡고 하염없이 몇 번이나 인사하면서 돌아와야 하는 게 이상했다. 신랑이라 다행이고 고맙기도 했고 편안한 집에서 편하게 있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이 손을 잡고 돌아가는 신랑이 이 사람이라 고마웠다. 분주한 우리 집에서 동생에게 말도 걸어주고 휠체어도 끌어주고 문 열어놓고 화장실에 가도 불편한 기색도 없이, 겨울 옷을 챙겨입으라고 말해주고 몇 권의 책과 옷이 무거울까봐 짐도 다 들어주고 나를 위해서 방 청소도 하고 밥솥도 같이 닦아주는, 모든 걸 같이 할 수 있는 고마운 사람. 

  

갑자기 든 생각인데 정말 좋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안 편한 만큼 어른들도 불편하시지 않을까. 좋다고 네가 있어서 참 좋다고 말씀 하시는 건 어쩌면 그런 의미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 가장 편한 자세로 가장 편안한 시간에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잠을 자고 싶은 거니까.   


한 일 : 청소기 필터 청소, 설거지, 청소기와 밥솥 닦기, 가스레인지 닦기

알게된 점 : 강아지는 귀엽지만 사료 냄새는 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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