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한번씩 성당에 가는 시간이 내게는 일상이다. 당연한 일로 밥을 먹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회사에 가고 하루는 늦잠을 자고 하루는 성당에 간다. 아마 미사 시간의 자유로움이 내게는 이것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교회 같은 경우는 성향과도 다르지만 열심일 수 있는 마음의 불이 켜지기만 한다면 누가 싫어하랴. 주님도 나는 네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하셨으니. 그러나 늘 9시나 11시에 가서 같이 밥 먹고 하루 종일 있어야하는 것이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누군가와 부데끼는 것이 쉽지 않고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드라마를 잘 못보는 이유 중에 하나도 매번 그 시간에 보지 않으면 안되고 그 재미있는 일도 흐름이 끊겨 버리는 까닭이다. 그런 이유로 성당..
기다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기다리기를 싫어하면서도 우리는 왜 그렇게 열심히 기다릴까? 아마 기다림을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스물한 밤만 더 자면 오는 생일 기다리기, 크리스마스 기다리기, 그리고 드디어 12월 24일 당일이 되면, 이제 선물을 뜯어도 된다는 허락을 기다리는 그 긴 시간. 유치원 입학 기다리기, 열두 살이 되기를, 열여섯 살, 열여덟 살, 스무 살이 되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기. 그리고 마침내 아흔다섯 살이 되기를 기다리는 기나긴 기다림. -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페터 빅셀. + 우리는 왜 기다릴까? 아마 더 좋은 순간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니까 기다리는 게 아닐까. 앞 날이 끔찍하단 걸 알면 누가 기다릴까. 기다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현실에 만족하지..
아마도 '시키셨다'고 느낀 것은 나뿐이었을지도 모른다. 부엌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딸을 보고 아버지가 '일부러 시켜주신' 조수 노릇은 아니었을까. 커다란 도마를 앞에 두고 정신을 집중하여 사과 껍질을 벗기고 은행잎 모양으로 썰 때면 학교에서 있었던 싫은 일, 괴로운 일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런 일들을 잊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평온해지며 이제부터 즐거운 날들이 펼쳐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셰프의 조수' 역할을 통해 요리를 만드는 즐거움, 누군가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기쁨에 눈떴다. - 엄마하고 살 때는 거의 요리하는 일이 없지만 혼자 살 때, 일본에 살 때는 자주 매일같이 밥을 지어먹고 국수를 삶고 뭔가 볶고 튀기곤 했다. 그러다 얼굴에 기름이 튀어서 약국가서 화상약을 바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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