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그런 학생으로 지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데 온 힘을 기울였고, 그저 그런 청년으로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 하려고 노력했다. 직업을 찾기 보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마흔 이전에는 절대로 절망하면 안 되고,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체념해서도 안 되는 거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낭비해도 괜찮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낭비를 낭비로 느낀다면 곤란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어렸을 때부터 낭비를 생활화해왔다. 시간을 절약한다거나(아니, 그 많은 시간을 왜?) 잠을 줄인다거나(아니, 푹 자도 시간이 남던데) 하는 일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선택하기 위해 결정하는 방식은 언제나 똑같다. 하나를 취하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버린 것은 돌..
"잘못된 순서입니다. 이유를 알아야 선택의 방향이 결정되는 겁니다." "아뇨, 제 순서는 달라요. 이유를 말했는데도 선택도 받지 못하면 둘 다 잃게 되는 거니까요." "패를 먼저 보이지 않겠다는 거군요." 엉성하게 얹어둔 귤 하나가 떨어져서 아래로 굴러갔다. 송미는 잠깐 쉬면서 그 귤을 계속 보았다. 귤은 빠른 속도로 굴러갔고 송미도 그 귤을 따라 굴러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음 같아선 만신창이가 되었을 그 귤을 찾아오고 싶었지만 다시 돌아갈 길이 까마득했다. 외할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송미는 그 언덕과 귤을 떠올렸다. + 할머니의 죽음을 서서히 학습해가면서, 계절이 바뀌면서 내가 막연히 느낀 건 이제는 그 누구의 집에서도 화사하게 베란다에 가득 꽃이 피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이..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고. 누구는 여기가 좋다지만 나는 저기가 좋을수도 있고. 결국은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거고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고 결정하는 수 밖에 없는건 여행이나 인생이나 같은 모양. 하지만 인생은 포기하거나 가거나 하는 길에 워낙 편차라고 해야하나 거리가 머니까 일생일대의 후회나 미련을 제외하면 큰 고민이 없는데 여행은 그렇지 않다. 안간다, 라고 하면 몰라도 간다, 고 하면 역시 여기도 저기도 세상이 궁금하니까.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잘 아는 것. + 비슷한 것 보단 나라마다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 +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라도 + 친구/맛있는 거 꼭 대접하기 + 너무 빡시지 않게 + 바삐, 그러나 천천히. 감흥, 인식. + 서점(그림책/베스트셀러/전시 및 매대구성) + 쇼핑 - 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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