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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순서입니다. 이유를 알아야 선택의 방향이 결정되는 겁니다."
"아뇨, 제 순서는 달라요. 이유를 말했는데도 선택도 받지 못하면 둘 다 잃게 되는 거니까요."
"패를 먼저 보이지 않겠다는 거군요."
엉성하게 얹어둔 귤 하나가 떨어져서 아래로 굴러갔다. 송미는 잠깐 쉬면서 그 귤을 계속 보았다. 귤은 빠른 속도로 굴러갔고 송미도 그 귤을 따라 굴러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음 같아선 만신창이가 되었을 그 귤을 찾아오고 싶었지만 다시 돌아갈 길이 까마득했다. 외할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송미는 그 언덕과 귤을 떠올렸다.
+ 할머니의 죽음을 서서히 학습해가면서, 계절이 바뀌면서 내가 막연히 느낀 건 이제는 그 누구의 집에서도 화사하게 베란다에 가득 꽃이 피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이다.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아 가득했던 베란다가 생각난다. 그 집의 찹찹한 나무 바닥에 누워서 베란다를 쳐다보는 걸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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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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