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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을 완성할 때쯤이면 마음도 정리되어 앞으로 나갈 길을 결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방세를 낼 돈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도 글을 완성하지 못했다. 글을 완성하는 것이 마음을 정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듯했다. 

 그는 2년이 넘도록 같은 문장을 반복해 써 내려갔다. '아버지를 죽였다. 실수였다, 아니라 실수가 아니었다, 아니다 실수였다.....' 문장을 쓰다 보면 자신이 저지른 일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문장으로만 존재하는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 뒤에 쓸 문장을 생각해보았지만 어떻게 써야 앞의 문장이 주는 충격을 덜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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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는 인간, 정소현.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