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이 풀리고, 이 공간의 부자연스런 침묵의 의미를 깨닫는다. 공기가 이별을 들이마시고 조용히 고여 있다. 어제까지 이 시간이면 같은 지붕 아래에서 잠잤던 사람이, 아마도 영원히 그 생활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언어로 표현하려 해도, 압도적으로 밀려오는 외로움은 감당하기 벅찼다. - 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민음사. + 이 책을 샀던 날을 기억한다. 친구들에게 빌려서 바나나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참 좋았는데, 내가 가지게 된 첫 바나나 책이었다. 가능하면 오래 읽고 싶어서 가장 두꺼운 책을 골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고등학생이라 돈도 없고 대학 입학을 앞둔다고 하기에도 참 애매한, 수능이 막 끝난 시점이었던 거 같다. 나는 논술 같은 것도, 실기도 없어서 낮에는 학교에 가고..
「거기서 은유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나는 이 말만 하고 말았다. 「뭐에 대한 은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예를 들어 당신과 나의 관계에 대한.」 그녀는 이 덜떨어진 여자가 이번에는 또 뭘 찾아냈는지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당황해서 나를 쳐다보았다. / , 진심으로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밖으로 불거져 나오는 것은 항상 똑같은 서로에 대한 오해. -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 이런 말로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정말로. 하지만 나의 말로 하기엔 너무 여과되지 않아서 그 색을 흐릴까봐 무섭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제일 좋을텐데 그렇게는 못하겠다. 잊을까봐, 그런 때 꼭 어떤 책에서건 그런 말을 만나고 만다.잊는다는 것은 죄이다. 그러나 잊지 않으면 안되는 일도 있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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