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이 없지는 않지만 그다지 많은 편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지나고 보면 언제나 쓸데없이 많은 걸 끌어안고 살고 있다는 생각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물건을 사곤 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신랑이 패드를 산다길래 나도 책 열심히 읽고 공부할지도 모르니까 하고 덥썩 샀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겨울이 온 줄 알고 한국에서 부랴부랴 온수매트랑 난방텐트도 샀다. 옷의 가짓수가 없어서 외출복을 잠옷으로도 입었더니 빨래를 너무 자주해야하는데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나 들어오니까 볕이 좋을 때 빨래를 말릴 수가 없어서 곤란했다. 그래서 나 잠옷이요 하는 겨울 잠옷도 샀다. 바다에 가서 물놀이 하는 사람도 많지만 누워서 책 읽고 쉬는 사람도 많아서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짐이 ..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줄을 읽다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섬, 장 그르니에. 섬에 부쳐서, 까뮈. + 책이 읽고 싶을 뿐이라서, 그 순간이 너무 간절해서 읽을 수 있다면 뭐든 좋다고 생각하는 때. 하루를 기다리면 내일은 또 바빠서 이 마음이 아닐지도 몰라서 지금까지는 종이책, 그것도 서점에 간 순간 마음에 드는 책을 들고 집에 오는 게 좋았다. (물론 지금도 좋다) 얼른 읽고 싶어서 한달음에 방에 오고 싶어지는 그 마음. 언젠가 하루키가 서문에 자신의 글을 읽고 지금 당장 무언가 하고 싶어진다면 그것만으..
한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얻는 위대한 계시란 매우 드문 것이어서 기껏해야 한두번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계시는 행운처럼 삶의 모습을 바꾸어 놓는다. -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줄을 읽다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 섬, 장 그르니에. 섬에 부쳐서, 까뮈.
「하와이라……」 아버지가 내 앞에서 처음으로 '하와이'란 말을꺼낸 것은 내가 열네 살 때 설날이었다. - GO, 카네시로카즈키. 2008년 1학기라고 생각된다. 현대소설의 연구? 이해? 이런 수업을 들으면서 한 학기 내내 이 소설 하나만을 읽었다. 정말로 질릴 정도로 읽었는데도 실수 했고 선생님은 쌍욕이 나올 정도로 과제를 내주고 질문했다. 그렇게까지 치달았지만 소설, 이라는 것을 내버릴 수 없었다. 질리기는 커녕 질릴 정도로 읽었는데 역시 좋아한다, 고 깨달았다. (내 인생을 둘러싼 세 사람의 남자처럼) 고생을 하더라도 많이 틀리고 실수하더라도 이거라면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첫 문장을 떠 올릴 수 있었다. 첫 문장을 떠올리니까 그동안 고생하며 읽었던 구석구석의 내용이 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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