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한 사람이 책을 보다가 반도 못 보고는 땅에 던지며 말했다. "책만 덮으면 바로 잊어버리는데, 본들 무슨 소용인가?" 현곡 조위한이 말했다. "사람이 밥을 먹어도 뱃속에 계속 머물려 둘 수는 없다네. 하지만 정채로운 기운은 또한 능히 신체를 윤택하게 하지 않는가. 책을 읽어 비록 잊는다 해도 절로 진보하는 보람이 있을 것일세." 말을 잘 했다고 할 만하다. -이익, 중 / 오직 독서뿐, 정민. 김영사. + 책을 읽는 것만으로 눈 앞에 있던 답답한 일의 해결책이 보이거나, 갑자기 나의 능력치가 향상 되어서 모든 일을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되려 이렇게 읽어도,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되는 일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책과 나의 삶의 공통점이나 같이 갈 수 있는 길을 찾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
이 대목에서 나는 소설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왜 소설을 읽는 걸까요? 나는 소설이 기본적으로 실패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따라서 실패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이들, 아직도 부자가 될 희망에 들떠 있는 이들은 소설을 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누군가는 그 구원 없는 실패담을 읽는 걸까요? 나는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가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불행이 단지 부당하고 외롭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래서 자신의 불행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요? -나의 삼촌 부르스리, 천명관. 위즈덤하우스. + 군데군데 쌈박질 장면은 후루룩 넘어가도 좋..
K서점에서 일을 하며 가장 기쁜 순간은 역시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을 때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책 사이에서도 마음에 드는 책이나 작가나 아이템을 만나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힘이 솟는다. 목소리가 커지고 눈빛이 생기 있어진다. 열심히 상담을 하고 독자 마음 편집자 마음 책파는 사람 마음 다 담아서 이런 저런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책 잘만드는 출판사가 좋고 이상하게 거기에서 오는 분들은 참 사람도 좋다. 어린 마음이라고 쓰기도 머쓱한 나이가 되버렸지만 아직도 나는 일에서나 사람에게 순수한 것을 믿는다. 악의가 없이 그저 뭐랄까 두렵지만 매순간 내 마음같기를 바란달까.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느끼는 단순한 호감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비판보다는 쉽게 반하는 무른 타입이니 뭐 어쩔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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