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은 두 시간 동안이라고 했다. 이제 태오는 그러지 않았다. 유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만한 시기가 지났다. 기민하고 명랑하고 낙천적이던 대화가 완전히 사라져버렸지만 서로를 향해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종종 혐오감이 태오를 휘감았다. 평화로이 주고받는 짧은 말에 더러 무기력해졌다. 그러면 경제규모를 줄여야 하는 모든 가정이 그렇듯 유진도 태오에게 막연한 적의를 품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유진은 무능한 남편과 살아야 하는 침울한 상황을 아직 겪지 않았다. 듣기 좋으라는 소린 줄 아는데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것 말고도 많은 얘기를 해줬다. 아이가 자주 깨는 건 감성적으로 예민해서인데 그건 예술적 재능이 있다는 얘기다, 심하게 낯을 가리는 것은 시각 인식력이..
아무리 많은 정보도 세계의 전부를 설명하지 못했다. 하나의 정보가 또 다른 정보에 연결되어 곧 그가 파악해야 할 정보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는 걸 깨닫게 할 뿐이었다. -서쪽 숲에 갔다, 편혜영. 문학과지성사. - 세상은 매일 다른 일이 일어나고 그 다른, 저마다의 것들이 모여 하나의 큰 흐름으로 평행선을 만들고 균형감을 유지한다. 지구라는 공간 전체가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무언가 보이지 않는 상향하는 또는 하향하는 그래서 제로가 되도록 돌아가고 있다.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고 정보나 진실 여부만큼 중요한 건 순간의 느낌, 직관이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 간 가장 임펙트 있게 읽었던 책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단연, 아베코보. 모래의 여자. 지금 읽고 있는 편혜영 작가의 서쪽 숲에 갔다, 에서 약간 그런 냄새가 난다. 1. 속도가 난다.2. 궁금하다.3.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4. 결국은 그것은 어떤 패턴이나 반복, 인생에 대한 것.5. 문체가 멋이 있다. 문장이 매력적이다.6.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다.7. 모래와 숲, 대 자연 앞에 인간의 무력함과 담합과 반복. 집중력과 가독성이 떨어져서 올해는 소설을 읽는 빈도가 굉장히 줄어들었는데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읽기 시작했더니 활자가 눈을 통과해 머리로 슈슉 들어왔다. 잠을 자도 그만이지만 내 마음이 그렇지 않았다. 고마웠고 나도 잠을 줄이는 기꺼운 희생 정도는 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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