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스캔들을 파헤치는 주간지 광고만 봐도 울적해지고 만다. 악의와 질투와 욕망을 접하면 주눅이 들어버린다. 그런 내 나약함이 싫다.

 그런데 오키나와에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텔레비전을 볼 수 있다. 도쿄와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어차피 먼 나라 이야기잖아' 라고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힘에 부치는 일이 있을 때면 좀 더 빨리 감정 안으로 파고들 수 있는 문화에 더욱 더 집중하게 되는 일, 언어를 배워야하는 데 친구가 없으니까 티비를 보기 시작한 일. 우연히 그 순간을 만난 것, 어차피 여기에서 끝날테니까 라고 생각하게 된 일. 하지만 야구도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을 동경하고 좋아하게되는 일은 한 순간이다. 그 순간 이후로는 응원하고 힘을 얻게 된다. 그 사람의 그런 행동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지만, 앞에서도 말했지만 팬이란 그런 것이다.

 

-

 그렇지만 화를 내기 전에, 평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프리랜서라는 직업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달력에 그려진 빨간 날만 놀 수 있는 직장인이라면 난 죽을때까지 여행을 못 할 것이다.

 여행이 내게 무엇을 주나. 나는 관광을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엄마 아빠 철이와 주말이면 어디론가 차를 타고 떠나야했다. 많은 곳에 가본 것 자체로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은 풍요를 얻었다. 그 배경과 색깔 계절감 등이 내게 자극을 주었다. 하지만 주말이면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지 않으면 평화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사실은 내게 여행을 즐기지 못하게 했다. 가는 내내를 즐기다가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금새 힘이 죽- 빠져서 나는 차에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도무지 주말까지도 혼자있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완벽히 이타적인 사람이지 못하지만 되도록이면 주변 사람이 나의 기분을 신경쓰지 않게 하고 싶다. 그래서 6일이면 완전히 피곤해지고 만다.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TV를 보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무방비 상태로 있고 싶다. 요컨대 그래서 내게 여행은 즐거운 일, 다시 가고 싶은 일, 일상이 지쳐 떠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의무성을 띄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에 다녀온 것을 기점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하나는 추억이 생긴 장소는 몇 번이고 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어딘가에도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에 여행이라는 것이 가고 싶어지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됬다. 나는 행동력이 부족하고 기본적으로 약간은 게으르다. 돈도 아깝고 근시안적이지도 원시안적이도 못하고 근근히 이번 달 다음에 다음 달을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어딘가에서 착실히 일하기 시작하면 절대로 대담하게 여행같은 거 가지 못할 새가슴이다.

 

 

-

 자주 듣는 말은 이렇다. 자아가 형성될 무렵, 패권주의적인 자이언츠가 싫었다든지, 우연히 그해에 자이언츠를 무너뜨리고 우승한 팀을 좋아하게 되었다든지 하는 식이다.

 어쨌든 지금 이 구장에는 자아가 굳건히 형성된 좋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공유하는 사람들끼리는 크고 작은 차이는 있어도 어떤 계기가 있고 그래서 그것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조금은 다르다, 는 동질감이 있다. 그래서 흐뭇한 거겠지.

 

-

 이 사람 말고는 없다. 나와 같은 유형의 인간이라고 믿고 있다. 구성이나 주제는 그다음 문제고, 디테일이 생명이다. 언뜻 드러나는 인간의 자그마한 진실을 그리기 위해서 스토리를 자아내는 것이다.

 나는 야마다 다이이치의 문장이 좋다. 그래서 나도 '오쿠다의 문장이 좋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것이 내게는 최고의 칭찬이다.

 최근 독자들은 문장을 즐기기보다 구성이나 주제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독자의 기호는 편집자의 기호다. 흠, 그렇지만 소수의 독자라도 좋다. 나는 고군분투할 것이다.

물론 무언가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하지만 정말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순간'이다. 이 순간을 공감해준다면, 그걸로 그 사람에게 기뻐진다. '아, 이 사람도 이 일을 겪었구나.' 내게 문학은 위로. 동일시의 기쁨 같은 것이 강하다. 말하고 싶을 때 책을 읽었고 말할 수 없어지고 나서도 책은 여전히 읽는다. 한 권이 다 시시하더라도 마음을 울리는 단 한 줄이 있다면 절대로 버릴 수 없다. 

-

 나는 아마도 여태 가짜에만 둘러싸여 살아왔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갑자기 진짜를 만나면 눈물을 흘리고 만다. 세상 그런대로 살 만하다며 감동하고 만다.

모든 것에 코멘트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너무 좋은 책, 잘 만들어진 영화, 색과 촉감에 가격대비 좋은 옷을 만났을 때, 어딘가 발을 디뎠는데 내가 상상해온 장소와 너무 비슷 했을 때.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사람, 상대역. 그런 것을 만나면 그야말로 심장이 요동친다. 이것이 나의 가능성이라고.

-

 20대 후반에 나는 자주 홍콩에 갔다. 동남아시아의 난잡해 보이는 에너지에 반하고 말았으니까. 일부러 싸구려 호텔을 찾고 싸구려 식당에서 배를 채웠다. 내게 그것은 자그만 모험이었다.

 일본에서 오래되고 벽은 다 헐은 그 네모나게 멋이 없는 집에 살 때 나는 언제나 중고등학교 때 보던 홍콩 영화를 생각했다. 일부로 혼란스럽고 일부로 촌스럽고 일부로, 내가 살아온 확실한 양, 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았다. 내게는 반항감같은 것이 있었고 언더, 에 살고 있다는 것은 흐트러짐과 동시에 일정의 자유를 주었다. 그 당시 나는 혼란스러웠다. 내 안에서 소리지르는 짜증과 불안이 그 집에서는 여과없이 나왔다. 지금까지 내게는 없던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나는 조금 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듣고서 마음이 아플 일에는 귀를 막을 줄도 알게 되었다. 나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고 싶은 사람이다. 되도록이면 내가 희생되는 일이 있어도 그렇게 살 수 있기를, 오랜 평화 상태가 유지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누군가 나를 치거나 밟고 지나간다면 이 쪽에서도 최소한의 방어는 하지 않을 수 없다.

 

-

 사소한 착오가 겹치고 겹쳐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를 않아. 그러면 현장에서 긴장감이 사라져버리지. 다들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하는 거야. '아, 이건 실패작이다.' 라고. 그렇지만 어떻게든 작품을 완성하지 않을 수 없어.

잘못되고 있다고 느끼면 미칠 것 같아. 그만 두고 싶지. 처음부터 없던 일로 해도 이 결과를 피할 수 없는 게 나란 사람의 총체 이겠지만 절대로 피하고 싶어. 면목이 없어져. 그것이 세상 사람들이 아는 일이기라도 하면 다들 비웃을 것 같아. 몇몇은 비웃겠지만 나머지는 무관심 그 자체라는 것을 알지만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결벽함이겠지. 하지만 끝까지 할 수 밖에 없어. 끝까지 하면 또 나름대로 얻는 일이 있어. 그게 반드시 좋은 것일지는 알 수 없지만, 피하고 싶어서 피하면 아무 것도 끝이라는 것이 없는 채 꼬리없는 도마뱀처럼 도망만 다닐테니까. 망가지고나 꼴 사납더라도 끝까지 가볼 수 밖에 없는거지. 인생에서 책임은 피할 수 없으니까, 이것만은 확실히 생각하니까. 피에서 흐르는지도.

-

 2군 경기는 처음 보았는데 지겹지 않았다. 권태로운 플레이가 하나도 없었고 프로에게서 흔히 보이는 거드름 피우는 선수도 없었다. 모두 진지했다. 아마도 1군에서 활약할 선수는 이 가운데 몇 명뿐일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 가능성을 믿고 있다.

 

 

 

 

-

 무슨 슬픈 일이 있어 이렇게 떨며 야구를 봐야 하는지. 아마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하는 쪼잔한 근성 때문이 아닐까.

무척 있다. 쪼잔한 근성, 쪼잔한 후회. 하지만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아.

 

-

 규슈 라면도 먹고 싶고 유니폼 차림의 이마나카나 우노도 보고 싶다. 게다가 여행은 즐겁다. 즐겁지 않다 하더라도 내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준다.

응. 위에 서술.

-

 이야기의 쇠퇴는 내게 남의 일이 아니다.

 

-

예술에 살고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번잡한 세상사 따위 아무 관계도 없는 예술.

대중 작가는 자신의 책이 안 팔리면 울적해지고 만다. 팔고 싶은 주제에 대중을 바보 취급한다. 이 모순. 슬플 정도로 세속적이다. 아, 이건 거의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에요.

예술, 이라는 단어를 내뱉기도 부끄럽다.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까. 읽는 것 이외에는. 하지만 생각한다. 그렇게 살 수 있고 재능이 있는데다 성실하고 그 공기를 잘 타고 넘어 예술하는 사람이 된다면 얼 마 나 행 복 할 까.

-

 스포츠 선수는 한 번의 명승부로 평생의 팬을 얻는다. 1993년 7월 6일 벌어진 야쿠르트전, 이마나카는 센트럴 리그 타이 기록인 16탈삼진을 달성했다. 그 경기를 포수 뒤쪽 자리에서 보고 나는 이마나카를 평생 응원하리라 다짐했다.

 

-

 이런 건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다. 아는 사람은 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포옹을 하고 친구가 될 것이고, 모르는 사람과는 영원히 서로 만나지 못할 것이다.

 

 

 

 

 

 

 

 

 

 

 

 

 

 

 

 

 

 

 

 

 

 

 

 

 

-

야구장 습격사건, 오쿠다 히데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