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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위로

봄 몸살

김곰곰 2013. 3. 24. 23:51
不醉不歸



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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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먼 집, 불취불귀. 허수경.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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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달이 차오르 듯 내 몸과 마음에는 혼란이 가득찬다. 그 잔뜩 웅크린 격동은 나를 옥죄온다. 붙잡을 수도 없이 크게 아주 작은 글자 하나로 냄새로 나의 전체를 잠식한다. 너무 무서워서 이불을 끌어안고 또르르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은 때로는 죄책감, 때로는 두려움, 때로는 불안감. 마음이 비겁해지는, 봄이 오는 밤들. 불안해서 잠을 쉬이 이룰 수 없고 그 잘하던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는 일 조차 마음에 부데껴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들. 이런 생의 감각이 나중에는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것인가. 나는 왜 그 풍경들이 보고 싶었을까, 이제 와서. 덮어두었던 한 겹 아래의 무의식을 우연히 마주치곤 그 좋았던 것이 두려워졌다.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피할 수 있는 이 순간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결과에 감사를. 대가, 라고 하면 되는걸까. 그래서 할 수 있는 감사나 생의 찬미가 역설적이다. 압도되는 그 어쩔 수 없는 시간을 지나오면 겨우 일어나 아침을 맞이한다. 그럴 때면 청소와 빨래 같은 일에 성을 다한다. 그제야 음악도 들을 수 있고 한 숨을 크게 쉬고 책도 읽을 수 있다. 이 봄이 오는 날들의 성장통 같은 걸 아마 이번 해 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봄이 오는 추운 바람에 꼭 허수경 시인의 이 시집을 읽게 될 것만 같다. 이 시의 제목을 검색하다 어느 블로그의 한 줄이 자꾸 기억에 남는다. 마음이 힘들어서 그런가 시를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