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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뤄두었던 명함 정리를 시작했다. 


2. 하기는 해야할 일인데 시간을 내려하면 시간이 나지 않고 게다가 요즘은 비공식적 슬럼프 겸 가을이므로 무언가를 쌓아가는 기분이 전에 없이 중요하다. 내실을 다지고 꼭꼭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기억이 날듯말듯한 사람, 아주 선명한 사람, 이미지는 선명한 데 비해 이름은 기억에 없던 사람은 제 이름을 갖게 되었다. 낱장으로 흩어져 있던 기억들이 조각보가 이어지듯이 연결되고 제 자리를 가지게 되고 있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은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일을 하면서도 역시 느낀다. 되는만큼은 이성적, 논리적, 수치적으로 접근하지만 그건 결국은 '이것을 하고 싶다'는 감각과 직관을 보충하기 위한 자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에 있어서 '진심'이라는 단어로 접근해서 감정에만 호소하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나를 포함해서 모두가 진심으로 진지하게(seriously)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강조하면 강조할 수록 뒤에는 무언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 아닌 의구심이 생긴다. 장난하나, 당연히 진지하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아 그리고 생각난 김에 더불어 위치나 가지고 있었던 타이들 같은 걸로 접근하는 경우도 별로다. 게다가 난 마이너리그 애호가라서 그런 건 더더구나 안먹힌다. 조용히 자기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생각해보면 그래서 갑을 이라는 단어도 싫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상대방일 뿐 어디가 갑이고 을이고는 언제나 바뀐다. 갑질한다고 비난하는 을의 편을 보면 사실 빈정거리거나 비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인 경우도 많이 봤으니까. 무조건 참으라는 말이 아니라 뭐를 하든 좀 묵묵히 하는 사람들이 내 마음을 끈다. 노력하면 도와주고 싶고 누군가는 그런 열정을 알아봐주면 좋겠다는 말이지. 책이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그림이 좋아서 어쩌다 명망을 얻게 되고 그 반복이 브랜드가 되는 것은 찬성이다. 


3. 명함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는지를 깨달았다. 내가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것이 비단 자기애적인 환영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범위라는 것이 있는데 분명히 말해서 이건 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하는 일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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