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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의 몸은 말을 몰라서 어제도 내일도 갖고 있지 않았다.
+ 내 말들이 없는 날들은 기억도 없이 흩어지는 것도 그런 까닭일까.
여름날이었고, 사포처럼 반짝이는 햇빛이 빳빳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 세상에. 이런 문장이라니. 참.
나는내가 얼굴 주름을 구길수록 어머니가 자주 웃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사랑이란 어쩌면 함께 웃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우스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상상하건대, 어쩌면 아버지는 거절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미안해서 못 오는 사람, 미안해서 자꾸 더 미안해해야 되는 상황을 만드는 사람. 나중에는 정말 미안해진 나머지, 못난 사람보다는 나쁜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사람. 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고 싶었을 만큼 착한 사람이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자신이 잘못하고도 다른 사람이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진짜 나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나쁘면서 불쌍하기까지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어쩌면 그날만은 '평생 이 남자의 하중을 견디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몰랐다. 결국 어머니는 아버지를 허락했다.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어머니는 내게 미안해하지도, 나를 가여워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고마웠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정말로 물어오는 것은 자신의 안부라는 것을. 어머니와 나는 구원도 이해도 아니나 입석표처럼 당당한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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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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