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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3주기. 돌아가셨다고 배너 걸어야한다고 분주했던 기억이 난다. 내 분야는 아니지만 가슴이 아프고 또 기분이 이상했다. 아직도 선생님의 글을 못읽은 사람들을 위해서 거는 배너지만 어쩐지 돌아가셨는데 배너를 걸고 책을 전면에 펼쳐놓는다는 것이. 비단 박완서 선생님 말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무슨 일이 생겨야만 책을 읽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씁쓸하다. 사람의 뇌는 긍정적인 것보단 부정적인 것에 강하게 자극을 받는다고 하던데 탄생이나 수상보다 죽음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그런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올해, 아니 작년에는 정신이 없어서 못꼽아봤는데 나의 2013 베스트 오브 작가는 박완서 선생님. 개인적으로 그 남자네 집, 나목 이후로 못읽고 있던 책들을 박완서 전집의 2/3 이상을 읽었던 해. 소설 속에 나오는 지명과 가까운 학교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그 배경에 내가 살아있는 듯, 그 장소와 시간이 빛나는 것 같았다.  나에게 그런 구슬같은 기억을 준 소설가다.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아서, 그런데도 함께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게 인생인걸까. 늙어서도 젊은 사람들을 생각하시던 마음이나 어린 시절의 풍요로움에 대해서, 마흔이 넘어 첫 소설을 쓰던 그 밤의 이야기들이 내게는 큰 파도처럼 다가왔다. 출렁출렁, 바다이기만 하면 파도는 언제든 들고 나는 것이니까 살다보면 또 언젠가 기억이 나겠지. 그런 게 이야기의 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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